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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03. 2024

헤어질 때는 잘 헤어져야 하는구나.


한 달 전에 알고 지내는 영어 강사들 모임이 있었다. 그중에 한 분은 업체 소속이었는데, 요즘은 업체와 학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하는 게 트렌드라고 했다. 그러면 학교는 신경 쓸 게 하나도 없고, 업체가 알아서 강사들 뽑아서 수업에 투입하고 급여 관리까지 다 하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안 할 수가 없는 계약이라고 했다. 그리고 전교생 수가 웬만큼 되는 학교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수강생도 상대적으로 많다고 했다. 그래서 혹시 업체에서 사람 필요하면 내 연락처를 좀 알려주라고 해놨었다.



한 달 전의 "거짓말“의 주인공은 그 일 이후로 매 수업 시간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고의성이 눈에 보이게 살살 내 신경을 긁는 말과 행동을 해왔었다.

그리고, 2분기 수강 접수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른 학교에서는 그런 경우에도 끝까지 책임을 지고 계약 기간을 채웠지만, 이 학교는 거짓말의 주인공 때문에 정이 ”똑“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2분기는 폐강을 하겠다고 담당 선생님께 고지를 했다.



그런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서 업체 소속의 강사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본인이 속한 A 업체에서 강사를 필요로 하는데, 내 전화번호를 줘도 되겠냐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두 시간 후에 A 업체가 아닌 B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학교 두 곳의 수업을 제안하면서, 한 곳은 한국인 강사 혼자 하는 수업이고, 다른 곳은 원어민 강사와 한 팀으로 수업을 한다고 했다. 일단은 업체에 발을 담궈야겠다는 생각으로 두 곳의 수업을 다 하겠다고 수락을 했다.

원어민의 이름과 국적, 성별을 알려 달라고 했더니 P라는 영국인이라고 했다. '어? 내가 아는 사람 같은데?' 혹시 이 분 아니냐고 물으면서 카톡 프로필 사진을 캡쳐해서 보냈더니 맞다고 했다.


이 원어민 강사는 다른 학교에 출강하기 위해서 나와 내 상사가 같이 새로 뽑았던 사람이었다. 학교 면접 준비를 위해서 사전 미팅을 할 때부터 수업 계획을 같이 세우고, 실제 수업을 진행할 때도 매우 좋은 태도를 보였었다. 그때는 내가 이 사람을 도와주는 입장이었다.

작년 봄에 딸아이의 응급상황으로 인해 두 학교 중에 그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었다.


이후로 다시 볼 일이 있겠나 싶었는데..이렇게 우연히 함께 다시 일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가 도움을 받는 입장이 되었다. 전임 한국인 강사가 갑작스레 해고가 된 상황에서 내가 들어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원어민 영어라 수강생도 배가 많다. 즉, 수입도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6월 둘째 주부터 세 학교에 월,화,수,목,금요일 나가게 되었다.


P와 첫 카톡을 하고, 다음날 전화로 수업 계획을 세우면서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강사 단톡방에 2주 후 공개수업용 전시자료를 우드락에 만들어 제출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시간이 촉박해서 P에게 학생들과의 수업 사진을 보조 선생님께 대여섯 장 찍어 달라고 해서 나에게 보내달라고 부탁을 했다. 내가 부탁한 기한은 다음 주 월요일이었는데, 오늘 오후에 P가 사진을 보내줬다. 어찌나 고맙던지..하긴 내가 P한테 엄청 섬세하게 신경 써 주긴 했었다.


작년 학교 외부에 있는 주차장 위치를 캡쳐해서 표시한 후 보내주고, 학교 건물 세 동과 교문을 그려서 계약서 쓸 교실 위치와 면접장소 위치까지 다 표시해서 보내 줬었다. 그 외에도 잡다한 일들을 많이 해결해 줬었다.


이렇게 도움을 받는 입장이 되고 보니 주로 화장실에 쓰여있던 "사람은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는 문구가 생각이 난다.


그때 헤어질 때 잘 헤어진 게 키 포인트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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