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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17. 2024

내공이 쌓인 것 같다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일을 시작한 지 3년 차가 되었다.

첫 해 첫날의 첫 수업을 잊을 수가 없다. 저학년반 아이들 20명 정도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아이들에게는 내가 낯선 사람이었기에 그들은 호기심과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쳐다봤었다. 신기하게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에너지가 다 느껴져서 아니, 내 몸으로 흡수가 되어서 퇴근길에 탈진을 했었다. 운전하는데 눈알이 자꾸 뒤로 넘어가려 해서 급하게 미니 쵸코바를 뜯어 입안에 쑤셔 넣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보는 기이한 현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기가 빨린다”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성인들 중에도 만나고 나면 특별한 일도 없었는데 내 에너지가 고갈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날의 아이들을 대면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참 크는 아이들이라서 생동감이 넘치다 못해 그들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조차 진동하고 있기에 에너지 레벨이 매우 높은 게 아닌가 싶다.


첫 해에는 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대할 줄을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어떻게 다뤄야 할 줄을 몰랐었다. 누구 하나가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말로 공격을 하면 아이들은 그 무서운 군중심리에 휩쓸려 교실이 엉망이 되곤 했었다. 거기에 내 약한 마음이 표정으로 드러나서 아이들에게 나는 재미있는 먹잇감이 되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만의 심리가 파악이 되면서 내 목소리는 점점 더 커졌고, 내 표정은 점점 더 단호해졌다.

첫 수업 때는 특히 남학생들 중에 소위 나를 간 보는 아이들이 있다. 이 선생이 맷집이 얼마나 좋은지 시험을 해보려고 평소보다 거칠게 말하고 행동하며 내 반응을 살핀다.

그래서 첫날 첫 수업 때 기선제압을 하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얼마나 편하게 수업을 이끌어 갈 수 있을지가 대충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기선제압 방법은 온몸으로 강한 에너지를 내뿜되, 상냥한 칭찬의 말과 단호한 제지를 적절히 섞어서 해야 효과가 좋다. 그러고 나면 두 번째 시간부터는 그런 아이들이 좀 말랑말랑해진다.

물론 이것도 사람에 따라 먹히는 경우가 있고..저 아이가 evil 그 자체가 아닌가 싶은 경우에는 내가 심리전에서 지고 만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지식 전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심리전에 순발력, 체력도 필요하고, 문해력이 부족해서 짜증 섞인 전화를 하는 학부모에게도 웃음기 묻은 목소리로 응대를 하는 "고객 만족 서비스 정신"도 필요하다는 걸 몸으로 깨우쳤다.


그래서 회사는 경력직을 선호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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