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갑자기 오른쪽 발등이 부어오르면서 통증이 생겼었다. 아파서 걸음을 절뚝거리게 되어 정형외과에 갔었는데, 믿을 수 없는 진단명과 함께 약 처방을 받아왔다. 그 약을 복용하면서도 조금 무리해서 운동을 하거나 많이 걷는 날에는 여지없이 발등이 부어오르고 아팠다. 매일 먹는 약 이외에 아플 때 먹으라고 소염 진통제를 한 꾸러미 처방받아왔다. 이후로도 붓기와 통증이 빈번해서 소염 진통제를 먹었지만 그때뿐이었다.
비만 클리닉에 갔을 때 위 이야기를 하니 선생님은 돌려서 '오진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면서 매일 복용하는 약을 처방해 준 내과로 가보라고 했다. 내과 선생님은 아빠 후배로 우리 동네에서 진료를 보시는 선생님이다.
어느 날 또 이유 없이 발등이 부어오르며 통증이 시작됐다. 내과 선생님은 혈액검사와 문진 결과 다른 질병이 의심된다고 진료의뢰서를 써줄 테니 상급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부어있는 발등을 초음파로 잠깐 보자고 하셔서 살펴보니 근육층 밑에 물주머니? 같은 게 부어있고, 발등 관절 사이에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가 보였다.
선생님은 정형외과 처방 약의 절반 용량으로 약을 바꿔서 처방해 주고, 또 다른 소염 진통제를 처방해 주셨다. 나흘 동안 약을 먹고 붓기도 거의 다 가라앉고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역시 내과가 약은 더 잘 쓰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급병원은 예약한 날로부터 두 달 후인 11월에 진료 날짜가 잡혔다.
필라테스를 하다가 부상을 입기도 했고, 조금 무리를 하면 발등과 발목에 통증이 생기니 제대로 운동을 못하게 되었다. 야금야금 체중이 올라왔다. 2.5킬로그램. 수치는 작아 보이지만 내 키에 이 숫자는 몸매에 큰 변화를 느끼게 만든다. 게다가 싹센다를 맞은 지 일 년쯤 되었더니 같은 용량을 맞고 있는데도 식욕 억제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싹센다 용량을 올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날이 추워져서 옷으로 잘 위장을 하고 다니지만, 나는 내 몸의 실체를 알고 있기에 조금은 자존감이 떨어졌고 거울을 보기가 싫어졌다.
이 시기쯤 되면 예쁜 옷을 입고 가을 풍경 속에서 당당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을 줄 알았는데..멀고도 긴 다이어트 계획을 다시 세워야겠다.
일단 통증에 대한 진단을 받을 때까지는 몸을 살살 움직여 주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