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lionheart Jun 22. 2024

토요일 아침에 운동이라니..


아침 여덟 시부터 갈등을 했다. 어젯밤에 필라테스 '예약대기' 신청이 '예약확정' 문자로 왔을 때 취소했어야 했었는데.. 게다가 비도 내리고 있다. 이런 날은 느린 템포의 음악을 틀어 놓고 커피 한잔 하며 늘어져 있는 게 제격인데..

결석하면 회차가 그냥 날아가버리기에 아까워서 운동복을 꺼내 입었다. 이런 날씨에도 운동 가는 나에게 보상해 주는 기분으로 예쁜 핑크 상의를 걸쳐줬다.


노란색 큰 해바라기가 그려진 우산을 쓰고 빗속을 터벅터벅 걸어오는데 짙은 초록의 촉촉한 향이 가득했다.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 오래된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길을 걷는 내 모습이 줌인되었다가 줌아웃 된다. '나오길 잘했구나.' 셀프 칭찬을 하며 슬리퍼 안으로 스며드는 빗물을 질척 질척 느껴본다.


레깅스를 갈아입고 가방 속 베이비 핑크 운동화를 잠시 바라본다. 이런 날 여기까지 왔는데 유산소 운동까지 하는 건 나한테 너무 가혹하다는 역설을 펼치며 가방을 락커에 가둬버렸다.

슬리퍼를 신고 나와 이 헬스장 포토존인 샹들리에 밑으로 가서 인증샷을 찍어본다.

‘난 오늘 유산소 안 할 거야'라는 다짐의 '슬리퍼 샷'을..



매거진의 이전글 내 다이어트를 응원하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