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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Nov 12. 2024

쉬는 날


창 밖으로 보이는 나뭇잎들이 형형색색으로 바람에 흔들리기에 모처럼 낮에 산책을 나왔다. 걷기에 적당히 선선하면서도 따뜻한 날씨를 느끼며 낙엽으로 듬성듬성 짜여진 길을 걸어 올라갔다. 조금 걷다가 멈춰 서서 사진을 찍어 본다. 내 눈에 담기는 풍경을 사진이 다 담아내질 못한다.



늦가을이 되면 매년 주민들이 손수 뜨개질을 해서 나무에 뜨개옷을 입혀주는데, 벌써 나무들이 한 벌씩 뜨개옷을 입고 있다. 가을이 깊어졌구나.



십여 분이나 걸었을까 나는 자연스럽게 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멸치국수집 냄새를 따라가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국수집으로 쓱 들어가서 육천 원 짜리 멸치국수를 시켰다. 세숫대야 보다 조금 작은 그릇에 김이 폴폴 나는 멸치국수와 빨간 김치가 나왔다.


나 혼자서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숟가락으로 국물을 떠 마셨다. '아 시원하다' 해장하러 온 것도 아닌데 뜨뜻한 국물에 속이 확 풀린다.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먹다 보니 어느새 국물만 그릇에 남게 되었다. 숟가락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국수 그릇을 잡고 국물을 연거퍼 들이켰다. 배가 불러서 국물을 조금 남기고 그릇을 내려놨다. 계산을 하고 나와서는 다시 집으로 향해 내리막 길을 걸었다.

아까와는 다른 빛깔의 나뭇잎과 하늘, 낙엽길이 펼쳐졌다. 내려오면서 보니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도 보이고(산수유 열매인가?), 동네 사람들이 만든 캘리그라피 전시도 보인다.



집에 들어와서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일부는 베란다에 널어놓고 새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별이가 내 발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이 온다. 오늘은 게으름을 실컷 즐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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