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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청소기가 주는 주말 여유

by hotlionheart


요즘 인기라는 로봇 청소기를 들인 지 한 달쯤 되었다. 진공 청소에 물걸레질까지 하고 나서 자동으로 물걸레를 세척하고 또 젖은 걸레를 열풍 건조까지 해 준다고 하니, 반신반의하면서 결제를 했었다.


주말에 아침밥을 먹고 나면, 식탁 의자들을 식탁에 뒤집어 올려놓고, 거실의 자잘한 바닥 짐들을 소파에 올려놓아, 로봇 청소기가 버벅거리지 않고 편하게 청소할 수 있게 길을 만들어 준다.

청소기가 돌아가는 동안에 나는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넷플릭스에 들어가 밀린 드라마를 본다. 오늘의 드라마는 요즘 장안의 화제인 <폭싹 속았수다>. 보다 보면 눈물이 나오는 포인트가 있다고 하더니, 아이유와 박보검이 기어코 내 눈물 주머니를 터뜨린다.


청소기가 거실 바닥을 잘 닦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나간다. 한 번 더 걸레질을 시키려고 앱에 들어가 '추가 청소' 지역을 설정하고 작동을 시킨다. 내 명령에 청소기는 '추가 청소를 합니다'라고 대답을 하고, 가던 길을 돌아간다. 물걸레질 자국이 청소기 뒤를 따라 선명하게 바닥에 새겨진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모로 눕는다. 잔잔한 청소기의 기계음이 피아노 솔로 연주 보다 더 심신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에 힘을 주면서 글을 쓰고 있다. 선선한 봄바람이 열어젖힌 창으로 들어와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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