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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한가운데서

by hotlionheart


다시 또 여름이 돌아왔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계절은 이렇게 혼자만의 약속을 딱딱 지켜서 온다. 여기가 사막인가 싶을 정도로 낮시간에는 열풍까지 불어 밖에 나갈 수 조차 없던 때도 있었다. 에어컨 없이는 여전히 생활이 힘들지만 그래도 더위는 한풀 꺾인 듯하다.


학원이 방학이라 모두가 휴가를 떠난다는 7월 마지막 주를 너머 오늘은 8월 첫날이다.


우리 가족은 이번 여름에 휴가 계획이 없다. 한 달 전부터 병원 검사와 진료 스케줄을 기다리며 딸아이가 집에서 요양 중이다. 이번 주에 뇌파 검사를 했고, 다음주가 되어야 뇌혈관 MRI 결과를 주치의한테서 들을 수 있다. 의심되는 질환이 맞다면 입원은 필수적인 단계인 것 같다. 이 질환도 특별한 원인이 없이 발병한다고 하니 딱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딸아이가 주의해야 할 것도 없다. 이런 게 사람을 더 답답하게 만들고, 불확실한 것들이 사람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이럴 때는 오히려 한여름의 더위가 도움이 된다. 더위에 지쳐서 잡생각도 덜 나고, 더위에 지쳐서 낮잠을 자게 되고, 더위 덕분에 주방을 최소한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딸아이가 편입 시험을 못 볼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을 꺼내는 본인도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듣는 나도 안타까웠으니까. 그래도 하는데 까지는 해봐야지..

잘 치료받고, 말 그대로 '씻은 듯이 나아서', 가고자 하는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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