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아직 밝지만 열기가 한 김 식은 듯한 시간에 산책을 나갔다. 무더위에 무기력이 더해져 밖으로 나올 생각을 못하고 지냈었다. 잔잔한 파동이 이는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나왔다. 오분 정도만 걸어가면 나오는 생태공원이 그리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한낮의 열기로 한껏 데워졌었던 진하고 뜨거운 초록 냄새가 코를 훅 치고 들어와 머릿속으로 퍼진다. 마음은 사실 머리에 있다고 했던가. 불안이 초록 냄새로 치환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꽃과 풀, 나무들, 초가지붕을 얹은 쉼터를 하나씩 눈에 담아본다. 뜨뜻한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와 몸이 데워지니 등에 땀도 조금씩 난다. 종일 에어컨 바람으로 억지로 몸의 온도를 낮추고 지냈는데, 땀이 나는 지금 이 순간에 몸이 제 기능을 하는 느낌이다.
어둠이 조금씩 땅으로 내려오고 있다. 발걸음을 돌려 오던 길을 거슬러 올라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