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열 번째 주제는 동료의 글을 읽고 나서 그것에 관해 글을 쓰는 것이다.
다음은 글루틴 12기로, 콜롬비아에 거주하는 나경 작가님의 <나를 드러내면서>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나를 드러내면서 : 순화과정의 시작
toxic positivity, 독이 되는 긍정성은 삶의 중요한 일부인 어두운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되지 않은 긍정적 생각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변환된 긍정적 생각은 프로세스 되지 않은 어두운 감정을 받아들이기 쉬운 감정으로 대치하는 것으로, 기존의 어두운 감정은 더 깊숙이 내려가 존재하게 된다고 한다.
이 글을 지난주에 읽으면서 명치끝 그 어디쯤에 있을 듯한 나의 밑바닥 감정이 가볍지 않게 건드려지는 느낌이 들었었다.
또, 이 글을 읽는 내내 감정이 존재할 것 같은 그곳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곳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으로 검정색으로 뒤덮여 있어서, 마치 빛 한점, 중력 한 줌도 없는 우주공간에 실체 없는, 처리되지 못한 감정이 둥둥 떠다니고 있는 장면이 내 눈앞에 펼쳐졌었다.
둥둥 떠다니는 그 감정은 언젠가 튀어나오기 전까지는 꾹꾹 눌러져 있다가, 나오지 말아야 할 장소와 시간에 ( wrong place & wrong time ) 불쑥 왜곡되고 증폭되어 바깥세상으로 나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감정을 오랫동안 숨겨온 만큼, toxic positivity의 강도가 높았던 만큼 말이다.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당연히 적절한 장소와 시간에, 적당한 강도로 감정을 말 그대로 "배설" 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적당히'가 참 애매하고 힘들다. 그 감정을 마주하기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두려울 수도 있는 일이고. 차라리 외면하고 수면 아래에 묻어두는 것이 일상을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만들어 주기도 할 듯하고.
그래서 toxic positivity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단순한 단어를 넘어 우리가 사는데 꼭 필요한 심리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는, 시원시원하게 배설하고 사는 사람은 그 속이 편하고 뒤끝도 없겠으나, 그 주변 사람들은 그 배설로 인해 아파하고 또 다른 감정억압 상태로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경 작가님의 문장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섬세하고 복잡한 감정과 심리를 지니고 있는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