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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n 02. 2023

<비 오는 날의 선곡>


일기예보대로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가 많이 오는 것도 아니고 적게 오는 것도 아니지만, 우산을 꺼내서 펴 드는 게 귀찮아서 얇은 외투에 달린 모자를 눌러쓰고 차로 달려갔다.

시동을 걸자 밖의 축축한 공기가 차 안으로 퍼져 나간다. 수업하러 가는 길이니 너무 쳐지는 음악은 듣지 말아야지 하면서, 다운받아 놓은 신나는 팝송을 틀어본다. 아.. 근데 왜 이렇게 노래가 거슬리는지.. 운전할 때마다 듣던 건데 도저히 들을 수가 없다. 플릇과 오보에 곡을, 그다음으로 바이올린과 피아노 곡을 틀어봐도 듣기가 싫다. 일단 출발부터 하고 골라야겠다, 이러다 늦겠다. 하면서 서둘러서 차를 빼고, 단지를 벗어났다.


신호 대기 중.. 기억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나인데, 어떻게 그 사람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올랐는지 신기해할 틈도 없이 검지 손가락이 검색창에 그 이름을 찍고 있었다.


"아델"


그리고, 이어지는 절규에 가까운 노래들.


Someone like you.

Rolling in the deep.

Send my love.


그녀의 거칠고 짙은 목소리가 나를 땅속의 블랙홀로 잡아 끌어내린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 상에서, 어둠의 바닷속으로 한없이 끌려 내려가면서,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은 영원을 느끼면서, 느리게 느리게 허우적대는 나 자신을 지켜보는 나.


가사와 곡에 담긴 증오가 전율을 일으키고, 소름을 돋게 한다.


아.. 지독한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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