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틴 열다섯 번째 주제는 리듬.
리듬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생활 리듬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생활 리듬은 신체의 건강상태와 정신적인 안정 상태에 의해서 유지되는데,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깨지게 되면 일상이 어그러지게 된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의 문제처럼 신체와 정신 어느 하나라도 덜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다.
어제의 학교 스트레스와 갑작스런 딸아이의 응급실 행으로 새벽녘에 잠이 들었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묵직한 두통에 몸도 마음도 원하는 데로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어제 그 시각에 남편이 아이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신속하게 서울대병원까지 데리고 올 수 있었고, 감사하게도 복통의 원인이 장폐색이 아닌 장염약을 먹고 유발된 가스에 의한 것이었다.
한밤중에 아이의 힘겨운 목소리를 핸드폰으로 듣고서, 입원 가방을 정신없이 싸서 병원으로 향했었다. 응급실 앞에서 아이와 남편을 만났을 때, 통화할 때보다는 아이 상태가 나아진 듯 보여 안도했다.
가스를 빠지게 하기 위해서 걸어 다녀 보고 나서 진료를 보자고 해서 병원 로비 곳곳을 셋이서 한참을 걸어 다녔다.
양쪽 벽면에는 소액 기부자부터 거액의 기부자까지 이름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병환 끝에 고인이 된 환자분 이름으로 기부가 된 경우도 있었고, 평양에서 내려와 팔 남매를 키우면서 근검절약 하며 모은, 정말 큰 액수를 기부하신 할머님도 계셨다. 할머님 사진을 보니 얼굴에 고생하신 흔적이 깊었다. 마음이 숙연해졌다.
딸과 함께 기부자 명단들을 보면서 너도 돈 벌어서 오천만 원 정도는 기부하라고 했다. 물론 나와 남편도 십 년 내에 적은 액수라도 기부할 생각이다.
가족이 아파서 절박해 봤던 사람들은 다 알 거다. 의료진에 대한 무한한 감사와 함께 살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아가겠다는 다짐이 저절로 드는 것을.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한지를.
비록 놀라고 조마조마해서 두통에 시달리며 이 시간까지 한 끼도 못 먹었지만, 몸과 마음의 리듬을 서서히 되찾고 있음을, 학교 가고 회사 가는 일상의 리듬을 되찾게 되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