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지킬 필요가 있다.
한 팀이 있다. 구성원의 생각들이나 성향이 천차만별에다가 워낙 강하다보니 단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각자 일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보니 뭐하나 사소한 삐그덕임이 생기면 그냥 호통폭탄이 곳곳에서 터지기 일쑤다. 게다가 그 팀의 수장인 팀장은 성격도 한성깔 해서, 뭐 하나가 틀리면 그저 버럭 소리지르기 일쑤다. 가끔 심하면 일에 대한 잘못 지적보다 상대의 인신공격적인 막말이 튀어나가기도 한다. 팀에서 팀장이 커버는 못쳐줄 망정 팀킬을 시전하는 사태가 초래된 것이다.
요즘 갑질이란 단어가 핫 이슈다. 대한항공(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 전체가 전면 관세청, 검찰등에 압수수색까지 당하는 사상초유의 사건까지 겪으면서 과거 그들의 수많은 갑질과 욕설, 폭행 전적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오면서 세간의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4년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을 필두로 해서 조금은 잠잠해지는 듯 싶었으나, 그의 여동생인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행동 폭로, 어머니인 이명희 여사의 폭언과 폭행, 욕설 관련자료가 수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그들에게 부당함을 참던 대한항공 직원들은 서서히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낸 용기를 통해 알려진 비리와 탈세의혹, 개인정보 도용 등 해선 안될 짓의 선을 넘은 그들의 행태에 세간은 혀를 내두르며 비난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국가에서 소환 조사를 벌이고 압수수색을 할 정도로 그들 집안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으며 지금까지 자신들이 저지른 짓에 도망치듯 숨은채 지내고 있는듯하다.
이렇듯 2010년대 들어와서 화두가 된 신조어 갑질. 그전만해도 사회는 이런거야 하면서 조용하던 그 분위기 속에서 이제는 아닌건 아닌거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 가면서 굳이 여기에서 굽신 거리며 일을 해야할까?
할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내가 지 몸종이야?! 하며 이제는 '을'들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지난 새월동안 내가 성장하고 자리잡기 위하여 너무나 많은 희생을 쓸데없이 짊어지고 겪어왔다. 마치 그렇게 해야하고 그게 당연한 것 처럼. 특히나 할아버지 새대 부터 최소 큰형님뻘 세대 까지는 말이다. 그게 맞는거고 그렇게 배워가는거라고 뿌리깊히 박힌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성장할 때 꼭 그런 큰 희생이 있어야만 인생공부고 뭔가 성장의 밑거름이며, 내 인생철학이란 게 생기는 걸까? 되려 지나친 방해요소와 정신적인 고통이 가중되는 건 아니고? 굳이 왜 그런 대접을 견디고 견뎌야 할까? 계급사회도 아닌데 말이다. 낮은 취직율과 실업율에 대해 말은 참 많지만 정작 퇴직율에 대해선 우리사회는 관심이 많이 없어 보인다. 퇴직율을 조사했던 한 설문기관에서 퇴사이유에 대해 조사를 했더니 상당수의 답변이 바로 회사분위기 및 사내정치 라고 답을 했다. 그만큼 회사안에서도 갑질같은 횡포가 적잖게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었을까.
어느 심리학책에 나온 "나쁜 인내심"이라는 단어에 나는 공감 및 짠함을 느꼈다. 그 뜻은 불합리한 상황이 있거나 내가 옳지못한 행동에 피해를 보는데도 나만 참고가면 되겠지 하는 일종의 회피 심리이다. 그렇게 되면 그 순간만큼은 어떻게는 넘길 수 있어도, 어느지점에서 그 쌓여버린 화와 울분이 폭발하면서 상대로부터 되려 지금까지 잘 그래왔으면서 이제와서 왜그러냐는 반응만 보이게 되는 자신의 마음가짐에 완전히 무책임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그런일이 없도록 내가 나의 마음을 최소한은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
감정을 쏟아내는 것 보다도 정중하지만 최대한 감정을 뺀 냉랭한 말투로 선을 확실히 그어야 한다. "지금 그 말씀은 저를 존중하기 보다는 심히 깎아내리는 말씀 같으니 정정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한 사람으로써 존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말투를 고쳐주세요." "그말은 상처가 되니 안해주셨음 좋겠습니다." "저에 대해 잘 모르시면 그런 말씀은 삼가해 주시죠. 기분이 매우 불쾌합니다." 등등.
이제는 갑질의 횡포에 휘둘릴 필요는 없을것 같다. 참는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내 마음에 굳이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다면 쌈닭이 될 지언정 나 자신을 지키는 일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썩어버린 갑이 아닌 정의로운 을이 되어야 함이 우리에겐 필요한 일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