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곳 (6)

Luís de Camões Monument

by 양갱
지금 생각해 보니 골목골목에 빵집이니 식당이니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참 유럽스럽다.

커피가 나왔다. 유럽 여행으로 며칠 갔다 온 사람들이 따라한 유럽풍 인테리어가 아니다. 진짜 유럽 한복판, 파리의 아침에 즐기는 여유로운 커피 한 잔. 수많은 한국 사람들의 로망을 내가 이루고 있다는 느낌으로 겸허히 커피잔을 든다. 커피는 어린아이 주먹만 한 잔에 담겨 나왔다. 프랑스인들은 아메리카노라면 치를 떤다고 한다(이탈리아 사람도). 이곳에서 커피를 뜻하는 단어인 “café”는 보통 이렇게 귀여운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보다 살짝 옅은 커피를 말한다. 참 맛이 좋았다. 같이 나온 각설탕 두 개를 넣었다. 평소에 커피에 설탕을 넣지는 않지만 나온 대로 먹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달콤함과 씁쓸함이 기분 좋은 조화를 이뤘다. 그리고 발레리씨가 옆 빵집에서 사 온 크루아상을 포장을 뜯었다.




그런데 빵을 어떻게 먹지? 한국에서는 보통 어떻게 먹더라? 여쭤 보니 이곳에서는 보통 빵을 손으로 뜯어서 먹는다고 한다. 딱히 비매너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빵 말고 모든 종류의 다른 음식들은 식기를 사용해서 먹는다고 한다. 크루아상을 길게 뜯어 맛을 봤다. 완전 바삭바삭하기보다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입에 감도는 버터 향이 참 좋았다. 확실히 빵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그냥 동네 빵집이라고 해도 수준이 높은 것 같다. 친절한 집주인 분 덕분에 나의 첫 아침은 너무나 맛있게 기억되고 있다.


발레리씨와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래 전인 1994년에 비즈니스 관련된 일로 한국에 방문해 본 적이 있으시다고 한다.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고 풍경이 예뻤던 것을 기억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나서 이 식당에 관한 설명도 더 들을 수 있었다. 이 카페는 근처에서 제일 저렴한 레스토랑 중에 하나인데, 바와 카페도 겸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서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일 년이 지났기에 자세히 기억은 안 난다.


아무튼 이 Bô-Zinc Café라는 곳, 분위기도 좋고 집과 가까워서 자주 오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파리에는 카페와 식당의 명료한 구분이 없는 것 같다. 오전에는 카페, 오후에는 식당 느낌으로 운영하는 가게들이 많았다.


이십여 분이 지나고, 자리를 정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merci beaucoup! 그리고 빨래는 어떻게 할 계획이냐고 물으시더니 일 분 거리의 코인 런드리(laverie automatique)에 나를 데려가셨다. 기본적으로 기계들을 사용하는 방법, 결제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셨다. 참 감사하다. 새로운 도시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다음으로 좀 걸을 수 있겠느냐고 물으셨다. 나는 걷는 것 하나는 자신 있다고 답했다. 동네의 공원을 보여주겠다고 하셨다. 파리 16구는어떤 관광지라고 할 만한 곳은 없지만 조용한 부촌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길을 걷다 보면 엄청나게 많은 대사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국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정말 행복했는데, 외교의 중심지인만큼 수많은 나라의 국기들을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공원으로 가는 길에만 해도 세이셸, 수리남, 슬로바키아 등 익숙하지 않은 국가들이 많았다. 숙소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딱히 위험하거나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는 곳은 아닌 것 같았다.



계속 걸었다. 아이들 놀이터도 지나가고, 거대한 삼각형 모양으로 짜여진 공원을 가로질러 갔다. 유럽에는 조각상이나 동상이 정말 많다. 기념하고 싶은 것도 많고 실제로 기념할 것도 많아서 그런가 보다. 이곳 16구에는 라 퐁텐 동상이 있다. 우화를 많이 쓴 그 프랑스 작가가 맞다.


동상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까마귀와 여우(le corbeau et le renard)우화를 아는가? 간단히 말하면 배고픈 여우가 입에 고기를 문 까마귀를 본다. 잔꾀를 부려 까마귀가 노래를 부르게 해서 입에서 떨어진 고기를 가져다 먹는다. 이런 이야기다. 그런데 후에 글을 쓰면서 검색해 보니 프랑스어 버전에서는 고기가 아니고 치즈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까마귀는 거대한 동그란 조각 같은 걸 물고 있는데, 프랑스 등지의 유럽에서는 흔히 치즈가 동그란 모양이니까 그런 것 같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제 다시 도심으로 들어간다. 16구에서는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살짝살짝 비치는 에펠탑의 꼭대기를 계속 보게 된다. 마주칠 때마다 내가 파리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며 영화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건물들이 높지 않기 때문에 거리가 난 방향과 방향이 맞는다면 에펠탑은 멋지게 모습을 드러낸다.


멋진 파리의 거리를 구경하며 약간의 내리막길을 간다. 이제 여기는 에펠 탑이 가장 멋있게 보이는 장소라고 한다. 장소 이름은 Luís de Camões Monument이다. 사실 지명에 관련해서는 이때는 알지도 못했다. 나중에 구글맵에 검색해서 한번쯤은 꼭 가보시길. 모네 박물관 가는 길에 들리면 좋을 것 같다.(추천) 도대체 뭐가 있겠어, 하는 심정으로 계단을 끝까지 올라가고, 뒤를 돌아보면...




짠! 정말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풍경이다. 나중에 더 이야기하겠지만 트로카데로 광장이나 샹드마르스 공원에서 보는 에펠 탑과는 또 느낌이 다르다. 아기자기한 길에 멋진 건물들로 둘러싸인, 그러나 큼지막한 에펠 탑은 정말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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