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먹고 합시다.
- 아우, 하대리 어디가? 밥 먹었으면 어서 와서 앉아야지.
- 네? 아… 아직 점심시간이 남아서요…
- 아휴, 아니, 차장님. 하대리는 점심 먹으면 딱 앉아야지, 안 그래요?
고객은 당연하다는 듯이 박차장에게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한다.
이십년 넘게 은행 거래했는데, 갈수록 애들이 별로라면서 차장님 때는 안 그러지 않았냐면서.
- 네, 고객님, 제가 이십대 때는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매일같이 야근하고 그랬죠. 그래서 지금 속이 다 망가졌잖아요.
- 아니, 그러니까. 이렇게 고객이 많이 기다리는데 쟤네 와서 앉으라 그래요!
- 고객님.. 따님도 직장 다니시죠, 따님 보듯이 해주세요. 밥먹고 소화 시킬 시간은 있어야죠.. 여기 정리 다 됐습니다. 더 처리할 업무는 없으신가요?
고객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듯 머뭇거리다가 나간다.
점심시간은 늘 불만이 많은 시간이다.
고객들의 점심시간과 은행원들의 점심시간이 겹치니까.
예전에는 고객말대로 굶거나 3~4시에 점심을 먹기도 했지만, 이제는 복지 차원에서 점심시간 1시간이 보장되다 보니 마찰이 더 커졌다.
점심시간에 은행업무 보러 나온 고객들은 급한데, 은행원들은 밥먹는다고 반밖에 없다.
고객들은 화가 날 수밖에.
(차장님, 아까 그 분 화 많이 내고 가셨어요? 제가 그냥 처리해 드릴 걸 그랬나봐요.)
(아녀, 한번 그러면 또 계속 그러실 걸. 잘 처리하고 가셨어요. 저 식사 다녀올게요.)
식사중입니다 팻말을 걸려고 꺼내 드는 순간 다음 번호표를 들고 있던 고객이 다가온다.
- 너무 오래 기다렸는데 이것만 해주고 가면 안돼요?
- 아, 고객님. 저희 교대시간이 정해져 있어서요. 혹시 어떤 업무이실까요?
- 법인 카드 재발급하려고요. 제가 처음 해봐서 내일 써야 하는데..
- 고객님, 번호표를 잘못 뽑으셨네요. 일단 이쪽으로 오셔서 기업팀 번호표로 다시 뽑으시고요. 필요한 서류는 다 가져오셨는지 확인 먼저 해 드릴게요.
오늘도 박차장은 제 시간에 밥을 먹을 수가 없다.
낀 세대.
시집살이 당하고 산 현재의 시어머니들은 어린 며느리들의 눈치를 보고 산다지.
점심을 제 시간에 먹어본 적 없는 현재의 책임자들은 아래 직원들만큼은 밥 잘 먹기를 바란다.
우리대에서 끊어야지, 점심시간만큼은 이해해 주세요. 저희도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언론이 말하는 억대연봉은 고객님이 만나시는 창구직원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