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의심되면 무조건 막는다

by 코끼리 날개달기

(손을 너무 떨어, 이 고객 보이스피싱 당하는 것 같아. 팀장님 어디 계시지?)



(제가 팀장님께 말씀드릴게요. 너무 급해 보여요.)



하대리 앞에 앉은 고객이 소리치기 시작한다.



- 아니, 왜 뭘 자꾸 물어보고! 무슨 환전이 이렇게 오래 걸려요. 대체!



- 고객님, 지금 처리하는 중이에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내가 일본에 가야 해서(울먹울먹) 지금 비행기 시간이 급하단 말이에요. (계속 울먹거리며)



- 네, 고객님. 원화로 천만 원 정도라 큰 금액이다 보니 저희가 확인해야 할 내용들이 있어요. 거의 다 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하대리님, 앞에 고객님 어떤 점이 이상한데?)



(너무 다급해하시고요. 처음에 천만 원 하신다더니 비대면 신청금액만이라도 빨리 받아가신다고 하고. 일본에 살아서 자주 환전하신댔는데 지난 1년간 환전한 내역이 없어요. 며칠 사이 5억 정도 입출금 있고요.)



- 고객님, 안녕하세요. 000 팀장입니다. 많이 급하신가 보네요.



- 아, 네네. 빨리 좀 해주세요.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네.



- 거의 다 완료했어요. 일본에서 생활비로 쓰신다고 하시니, 비대면으로 신청하셨던 3백만 원 정도 엔화로 환전해 드리겠습니다.



계속 손을 떨고 온몸에 땀범벅인 데다가 울먹거리기까지 하던 고객은 현찰을 낚아채더니 캐리어와 비닐봉지 등 짐을 다시 챙겨서 나간다.



- 제발 보이스피싱이 아니어야 할 텐데.



- 오늘 아침에 로맨스피싱 당하신 할머니 또 왔다 갔어요. 느낌이 쎄해요, 오늘. 참, 아까 그 중고차 산다는 고객은 어떻게 됐어?



- 다행히 아까 본부 직원하고 통화하고는 그냥 돌아갔어요. 대출에 적금까지 깨서 송금하려고 하다니, 대체 피싱범들이 뭐라고 하길래 당하는 걸까요. 마지막에 해킹앱 찾고 나선 제 말 믿고 안 보내시더라고요.



가슴을 쓸어내리는 사이, 다른 고객이 또 소리치기 시작한다.



- 아니, 내 명의통장인데 왜 한도를 두는 거야, 내 돈인데 내가 못 찾아?



- 고객님, 요즘 금융사기가 많아져서 혹시 보이스피싱을 당하시거나 그런 범죄에 연루되실까 봐 미리 이런 제도로 보완을 하는..



- 아니, 어떤 덜 떨어진 인간이 그런 걸 하냐고! 노인네들이나 당하지, 무슨. 에이씨.



- 고객님, 옆에 고객님들 중에 보이스피싱 당하셔서 피해구제 신청하러 오신 분이 계십니다. 목소리 낮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