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회생과 사적 금전대차
- 아무래도 지점장님께 보고 드려야겠어요.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회생신청이든 이혼소송이든 개인사정이라고 생각해서 프라이버시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저런 직원 영업점에 뒀다간 더 큰 사고 칠 것 같아요.
- 그러니까요. 회생신청하는 사람들이 다 공금횡령하진 않잖아요. 저 같음 굶겠어요.
- 나도 그게 포인트예요. 박 과장 본인을 위해서라도 여기서 그만하게 해야 할 것 같아, 궁지에 몰리면 은행에 보이는 게 돈인데 무슨 짓 하게 될지 모르잖아요.
동료들을 괴롭히던 까칠한 박 과장에게 실은 속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벌써 몇 달이고 지난 일이다.
처음에는 인생이 불쌍하다며 감싸는 동료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의 행동이 도를 넘었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기관에서는 ‘사적 금전대차’가 철저히 금지된다.
직원 간, 혹은 거래고객과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행위는 내규 위반이다.
그래서 십여 년 전만 해도 직원 간 급히 돈을 빌려야 할 때 우스갯소리도 했었다.
- 김계장님, 제가 지갑을 차에 두고 왔어요. 축의금 오만 원만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 네, 그래요.
- 이거 사적 금전대차 아니에요. 후후. 이따 식 끝나고 바로 차에서 가져다 드릴게요.
- 하하. 그래요. 사적 금전대차는 징계감이니 저도 쉬쉬할게요.
금융기관 종사자로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은 적어도 이 분야 종사자라면 농담할 정도의 상식이다.
이제는 휴대폰만 있으면 모든 게 가능하니 돈을 빌릴 일은 실수로라도 없다.
그런데 박 과장이 여기저기 직원들한테 사적 금전대차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말 돈이 급하다는 뜻.
영업점 예산을 본인 의사대로 이래저래 쓴 것은 어느 정도 눈감아 줘 왔지만, 이제는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보고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다.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는 이미 선을 넘음과 동시에, 자신조차 잃은 것이 아닐까.
박 과장, 도와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