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 완제, 완제.
- 아니, 은행원이 완제 뜻도 몰라요? 이거 봐봐요. 완제라고 돼 있잖아!
- 고객님, 7년 전에 받고 있던 상품이 더 이상 연장이 안 돼서 대출을 다시 받으셨잖아요. 그전에 받았던 대출에 대한 완제 증명서예요.
- 어쨌든 그 2억에 대한 완제증명서가 여기 있잖아요. 봐요. 여기.
- 그건 그때 쓰던 거고, 그때 그 대출 못 갚으시니까 다시 받으셨잖아요. 7년 전 약정서 지난번에 내드려서 보셨잖아요.
- 아니, 도대체 완제라는 말을 왜 모르냐구! 내가 그때도 그 대리랑 팀장한테 내 자료를 다 줬어. 귀한 자료를! AI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그날이 온다고!
-…
(하필 팀장님 안 계신 날 오셨네. 어쩐다.)
(그러게요. 차장님. 또 이상한 소리 시작하는데.)
(일어난 거 보니까 금방 갈 것 같아요. 대답하지 말고 조금만 버텨요.)
- 아니, 왜 대답이 없어요? 어? 뒤에 아주 엄청난 어, 어. 삼성 빽이 있다 이거지? 윤석열, 이 정부 금방 무너질 거야. 오바마 때부터 나는 감시당하고 있었어. 이 정부가 나를 괴롭히려고 아주!
-…
- 그 대리도 팀장도 은행원들 다 또라이야. 또라이. 아무 말도 안 하는 거 봐. 저! 또라이들.
장 본 식료품들이 잔뜩 든 두 개의 쓰레기봉투를 양손에 집고서 욕을 퍼붓더니 은행을 나선다.
하대리는 이 상황이 황당하고, 박 차장은 아무것도 못해 줘서 미안하다.
- 이자 내러 온 줄 알았더니, 행패 부리러 온 거였네.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그분의 대출은 일주일이 넘게 연체 중이다.
2주 전에 담보제공자와 함께 와서 대출연장 자서도 다 썼는데.
1주일 전에 갑자기 이자를 안 내더니 그 대출은 완제가 되었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담보제공자인 언니에게 연락했으나 본인도 못 말린다고 은행원이 해결해 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는 보통 내놓은 자식이라 하던데.
이제 곧 환갑이고,
중소기업 대표자인 남편이 있고,
건장한 자식도 둘이나 둔,
평범할 것 같은 주부이다.
마감 후 회의 끝에 우리는 결단을 내렸다.
다음번에 또 이런 식으로 갑자기 찾아오면 매뉴얼대로 답변 후 경찰을 부르기로.
끊임없이 찾아올 ‘평범할 것 같은 주부’에게 누군가는 평범함을 가르쳐 줄 수 있기를.
- 아휴, 차장님. 그나마 금요일이라 참았어요. 안 그랬음 저 급발진할 뻔했어요. 또라이가 뭐예요.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