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즐겁게 사는 필리핀 사람들-3편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 뉴스를 읽고서.
- 우울증이 오는 가장 큰 이유를 아시나요? 자기 탓을 해서 그래요. 공감능력이 뛰어나서 그렇다고 할까요.
상담사가 그런 말을 했었다. 다른 사람 험담하기 좋아하고 남 탓 잘하는 사람은 우울증 잘 안 걸린다고.
얼마 전, '우울증'을 이겨냈던 친구가 이번에는 '몸이 아프다'라고 말했을 때, 나는 억장이 무너졌다.
본인은 그래도 큰 병 아니라면서, 아픈 와중에도 멀쩡한 나를 걱정해 주었다.
그런 착한 애한테 나쁜 병이 생기다니, 억울하고 분해서 미칠 것 같았다. 지금껏 그 친구 속 뒤집은 사람들한테 끝도 없는 저주를 퍼부었다.
의사들조차 '우울증'은 현대 의학으로도 치유하기 어려운 질환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우울증'이 정신질환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손가락질한다.
-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거야.
몸이 허약한 것과 정신이 약한 것의 경중을 따질 수가 있을까.
췌장암 환자에게 몸이 허약해서 그런 거라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있을까.
'우울증' 환자들은 숨게 된다.
한국에서 '우울증'은 흔하지만(OECD 국가 중 발생률 1위), '영양실조'는 흔하지 않은 병이다.
필리핀에서는 '우울증'은 흔치 않지만, '영양실조'는 국가적 문제일 정도로 심각하다.
한국에서는 '우울증'으로 사람이 죽고, 필리핀에서는 '영양실조'로 사람이 죽고 있다.
얼마 전, 필리핀의 한 소아과 의사가 실수로 8개월 된 갓난아기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한 사실이 알려졌다. 그 아이는 몹시 아팠고 생사를 오가다가 겨우 살아났다.
사람들 사이에 그 뉴스가 한참 화제가 되었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대국민 공분을 샀을 일이다.
하지만 필리핀 사람들은 웃으면서 그저 신기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 It's not a big deal.(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잖아.)
그렇다. 아이가 생사를 오갈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아이는 건강하게 살아 있다.
백신을 주사한 소아과 의사조차도 웃으면서 이 이야기를 인터뷰하고 있다고 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 한국에서 당사자인 소아과 의사가 조금이라도 미소를 보였다면, 소아과를 접어야 하는 것은 물론 한동안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기도 힘들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왜 이렇게 늘 진지하냐'라고 묻는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인다.
-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잖아. 별 일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