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즐겁게 사는 필리핀 사람들-1편

K-열풍과 홍익인간 정신

by 코끼리 날개달기

- Crash landing on you, I love K-drama! (사랑의 불시착! 나 한국 드라마 정말 좋아해!)


여러 필리핀 친구들에게서 한국 드라마 재미있다는 칭찬을 들었다. 정작 나는 보지도 않은 한국 드라마를 필리핀 친구가 추천해줬다.


그때부터 2년여 지난 지금, 필리핀의 광고는 한국 배우와 가수들로 도배되어 있다. 예를 들자면 필리핀의 이동통신 업체가 두 군데인데, 각각 가수 BTS와 배우 현빈•손예진이 광고모델이다. 손예진 배우가 타갈로그어(필리핀 공용어)로 광고하는 장면이 어찌나 생경하던지.



몇 년 전만 해도, 가수 BTS의 미국 콘서트에서 팬들이 열광하는 뉴스가 나오면, 정작 한국인들의 반응은 미지근했었다.

-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받을 때도,

- 다양성을 인정했을 뿐이지.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받을 때조차도,

- 저건 아무래도 기생충의 영향이 있을 거야.


‘K-열풍’이라고 해도 정작 보통의 한국사람들은 ‘그게 뭐 대단한 거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잘하는 것’보다는 ‘못하는 것’에 집중하는 한국인이라서 그 열풍에 무뎠는지도 모른다. 이 정도는 잘한 거라고, 대단한 거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나.



그런데 곧이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짜가 나타났다.


[Squid Game: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83개국에서 1위, 이정재 배우 미국 ‘The Late Show’ 출연, 정호연 배우 ‘보그 최초 아시아인 단독 커버 모델’, 오영수 배우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등등.


사실 위의 어떤 증거도 댈 거 없이, ‘오징어 게임'은 대단하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할로윈에 오징어 게임 코스츔을 입고 설탕뽑기를 한다. 한국 자체가 브랜드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한국의 영화•드라마•음악이 보내는 메시지들이 필리핀뿐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는데, 한국인으로서 정말 자랑스럽고 뿌듯하지 않은가.


그런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나라 ‘한국’에 사는 우리는, 정작 행복하지가 않다.



필리핀 와서 제일 부러웠던 점이 이렇게 가난한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오늘만 사는 것처럼 늘 웃으며 즐겁다.

한국 사람들치고 지금 당장 즐겁자고 사는 사람들이 잘 없다. 내일 아니, 내후년까지 걱정하고 계획하며 사는 것이 보통의 한국사람이다. 그래서 때로는 어린애들처럼 웃을 수 있는 필리핀 사람들이 부러우면서 궁금했다.


- 어떻게 저렇게 즐거울까.



이 질문에 참고할 만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오랜 기간 사업을 하면서, 많은 필리핀 사람들을 보아 온 E 회장님의 말씀이다.


- 자, 들어봐. 필리핀 사람들은 물고기를 2마리 잡으면, 한 마리는 풀어 줘. 자긴 한 마리만 먹으면 되니까. 어차피 나머지 한 마리는 보관할 냉장고도 없거든. 냉장고가 왜 필요해, 내일 또 잡으면 되는데.

옷도 반팔 티셔츠 딱 2장만 있으면 돼, 그거면 사계절을 지낼 수 있으니. 이 나라 사람들은 그래서 행복한 거야. 티셔츠 두장 가지고 물고기 마리씩 잡으면서 살면 되는 거야. 마음 편하지 .



그분의 말씀에 묘하게 빠져들었다. 오랜 내 궁금증이 풀릴 것 같기도 하고. 그럼 우리도 필리핀 사람들처럼 살면 행복해지는 건가?



- 필리핀 사람은 이런 나라에서 태어났으니 그렇게 사는 거지.

우리는 한국사람이잖아.

그렇게 살 수가 없어.

우리나라 건국이념, 홍익인간 정신을 생각해 봐요.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럼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똑똑해야 세상을 가르칠 아니야.

(우리 아이들을 바라보시며) 얘들아,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 무슨 말인지 알지?



내 옆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있던 큰 아이의 동공에, 대지진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