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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Mar 31. 2023

블랙컨슈머

회장님이든 동전교환고객이든

- 차장님, 아까 그 손님은 되게 중요한 사람이었나 봐요? 뒤에 팀장까지 나와서 업무 봐주고. 언짢네. 참나. 나한테는 나와서 인사도 안 하고.



- 어르신들께서 스마트뱅킹이 익숙지 않으셔서요. 제가 업무 처리할 동안 팀장님께서 도움 주셨어요.



- 은행에선 고객들 다 평등하게 친절해야 하는 거 아닌가? 허참. 나와보지도 않아.



(저 아저씨 그때 그 사람이죠?)



(아녀, 이번엔 다른 사람.)



(대접받고 싶으면 자기도 백억 예금하든가. 왤케 시비래요.)



- vip들 대접 못 받아서 환장했나. 거참 시끄럽네.



옆에 고객이 참다못해 끼어든다.



- 뭐야?



- 은행 처음 와 봐요? 눈 뜨고 저기 봐요. VIP실!



- 나도 vip야. 예금 있다고. 저기 들어가기 귀찮아서 그냥..



- 그래서 뭐요? 그럼 들어가든지. 시끄럽게 진짜.



매일 현금 매상 입금하러 오시는 공업사 사장님이 화가 나셨다. 다들 조용히 업무 보는데 왜 이리 시끄럽냐며.



박 차장은 백억 예금 갖고 있는 고객이 오면 버선발로 뛰어 나간다.



1조 자산가인 고객이 오면, 오기 전부터 차를 준비하고 지점장까지 전 직원이 대기한다.



장사꾼들. 회장님 오시니까.



- 1억 예금했는데 뭐 사은품 안 줘요?



- 지난번에 장우산 이미 드려서요.



- 아, 한 달짜리 하면 더 안 준다?



- 금리 우대 많이 해드렸어요. 다음에 재예치 1년 하시면 사은품 드릴 수 있어요. 저희도 정해진 게 있다 보니 그래요. 죄송합니다.



- 이러니까 00 은행이 안되는 거야. 1억이나 예금했는데! 이게 무슨 대우냐고!



- (한숨) 그럼 다른 은행으로 예치하시겠어요? 출금해 드릴게요. 신분증 주세요. 여기 사인하시고요.



- 뭐..?



- 신규취소합니다. 수표 한 장으로 드려요?



- 아니, 뭐 이런! 싸가지가. 당신! 내가 은행에 정식으로 민원 넣을 거야! 민원! 진정 넣는다고!



- 네, 알겠습니다. 민원은 고객센터나 인터넷사이트 통해서 넣으세요. 다른 고객님들 불편하시니 목소리 낮춰 주시고요.



(와 씨. 삼십 분 동안 짜증 내면서 소리치는데 경찰 부를까요?)



(아냐. 내가 단호하게 말했으니 민망해서라도 스스로 갈 듯.)



백억 예금한 고객, 1조 자산가인 고객 다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 잔돈 입금하러 오시는 공업사 사장님도 소중한 고객이다.



1억 예금했다고 거들먹거리며 싸가지를 운운하는 사람은 고급스러운 말로는 블랙컨슈머, 우리말로는 철창감.



동전 바꾸러 무겁게 들고 오시는 할머니가 계시면 팀장이 버선발로 마중 나간다.



기초생활자이든 백억 자산가이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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