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팀장의 소동
- 차장님, 차장님. 차장님!
- 어, 왜왜. 무슨 일이야.
- 대박사건, 땡팀장이 우리한테 커피 산대요.
- 엥? 설마.
- 진짜예요, 아까 점심 우연히 같이 먹었는데 커피 사겠다고 저희 뭐 마시는지 물어봤어요. 지인짜!
일주일 휴가를 다녀왔을 때도,
3일 교육을 다녀왔어도,
금요일에 당일귀임을 달고서 퇴근했더라도,
다리 다쳤다고 우리한테 현금 갖다 달라 시켰어도,
단 한 번도 커피를 산 적이 없는 땡팀장이,
갑자기?
- 왜 사시냐고 했더니 대답은 안 해요.
- 설마 진짜 사 오진 않을걸?
- 헉.
땡팀장이 착팀장과 커피를 들고 들어온다.
정말로 우리 팀한테 커피를 샀다.
(아침에 우리한테 일 도와 달라고 한 게 창피해서 그런가?)
(에이, 뭐 그런 일이 한두 번이에요.)
(아니면 신입 불러다가 일 시켜서 창구 밀린 게 미안했나?)
(아휴, 차장님. 그런 것도 뭐 한두 번이에요?)
(아, 미스터리다..)
(큭큭. 착팀장님도 지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실걸요.)
(와. 뭐지.)
무표정한 신입직원만 아무 말이 없다.
VIP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 차장님, 저 사실 아까 약간 뜨끔했던 게, 제가 비대면 가입 추천 때, 제 이름 넣어달라고 고객들한테 메시지 보내거든요.
근데 땡팀장이 00 회장님께 느닷없이 ‘회장님, 추천직원에는 우리 직원이름 넣어주세요. 얘가 늘 제 이름을 넣어달라고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그러시는 거예요!
- 추천인에 자기 이름 안 해줬다고 뭐라하는 거야?
- 정말 무서웠어요. 소름 돋았잖아요. 차리리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하시지, 이제껏 보다가 돌려까는 거잖아요. 아니, 차장님. 저 그런 실적 안 필요해요. 진짜.
- 알지, 알아. 추천인 안 넣으면 딴 지점 실적되니까 그렇지.
본인이 신입한테 한 말이 낯부끄러웠다고 생각해서 커피를 샀나.
4시에 은행 문 내리는데 갑자기 신입이 우리를 단체 메시지 방에 초대했다.
(이것 좀 보세요. 땡팀장님이 보내셨어요.
- 본부장님이 아까 업무 봐줘서 고맙다고 커피 사신 거니까, 대리님도 감사하다고 인사해요.
커피 본부장님이 사신 거네요!!!!!)
(헉)
(헐)
(미친)
(본부장님이 커피 사셨는데 지가 샀다고 한 거예요? 아니 대체 왜 저러지? 와. 진짜. 와.)
(하. 그럼 그렇지. 본부장님이 기프트 카드 같은 거 보내주셨는데, 우리한테는 말 안 한 거예요? 우리만 또 입 닦은 싸가지들 된 거네?)
(하는 말이 전부 거짓말. 저건 정말 병이다.)
왜냐고 생각하지 말아야지.
어느 사무실에든 리플리증후군 앓는 사람 한 명쯤 은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