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정신

코로나 시대에 지친 나에게

by 코끼리 날개달기

주식 시장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바닥을 찍고서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주식 참여자들은 행복했다. 자고 일어나면 재산이 이만큼씩 불어나 있으니, 모두가 부자가 되는 것처럼 보였다. 비참여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늦게라도 뛰어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테슬라와 삼성전자 가격을 확인했다. 그런데 무심한 그래프는 더 이상 올라갈 힘이 없다. 썰물이 빠지고 나니 알몸으로 헤엄치던 사람들은 이제와 어찌할 바를 모른다. 주식 초보자들은 답답한 마음에 주식카페에 질문을 남겨 본다.


- 주식 고수님들, 삼성전자 자꾸 떨어집니다. 저 이제 어떻게 하죠?


주식 고수들의 댓글들은 한결같다.


- 님, 존버(비속어 존x+버티다).





하루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연속해서 3만 명을 넘고 있다. 아파트 단지에 수십 명의 확진자가 보고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나는 집에 또 갇히고 말았다. 팬데믹을 겪는 지난 2년 동안 이게 도대체 몇 번째인지. 한국인 주재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모자란 해열제를 나눠가며 그렇게 또 버틴다. 방문을 닫고 있으면 숨이 막힐 것 같아서 온갖 문을 다 열어둔다.


- 정말 당장 한국 가고 싶어요!


- 버텨야지, 조금만 더 참아봐.


버티라는 말, 이제 듣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난다.

먼저 한국으로 귀국한 이웃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내가 생각해도 내 자신이 한심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불평하고,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걱정하고 있다. 이제껏 내가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지나친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던 거다. 원하는 것은 노력하는 만큼 다 얻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버티는 것은 더더욱 내 전공이 아니었다.


'존버'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을 때도 어쩔 수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수단인 것을 인정해 보려고 한다. 당장 한국에 갈 수도 없고, 밖을 나다닐 수도 없고, 이제 남은 방법은 '존버'. 한 번도 실행해 본 적 없는 '존버'를 신념으로 삼기 위한 나만의 확신이 필요하다.




‘이외수 작가'의 ‘존버정신’

까마귀 한 마리가 달빛을 가로질러 간다고 온 세상에 어둠이 오는 것은 아니다.

살아남는 비결 따위는 없어.
하악하악.
초지일관 한 가지 일에만 전심전력을 기울이면서 조낸 버티는 거야.
하악하악.

그러니까 버틴다는 말은 초월한다는 말과 이음동의어야.



'존버정신' 투철한 이외수 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듯이 오랜 시간 '존버' 중이다. 2020년 3월 뇌출혈로 큰 수술을 받은 후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살아남았다. 2022년 1월 현재 재활치료를 받으며 투병 중이다. 지금 그는 자신의 말대로 '삶을 지속하기'에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다.


'존재하기에 버틴다.'


'존엄하게 버틴다.'


'존버정신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그의 말처럼 버틴다는 것이 초월한다와 같은 말이라면, 나는 지금 필리핀에서 '코로나 시대를 초월'하고 있다.



어쩐지 '존버'한다고 생각했을 때보다, '초월'한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매우 격조 있어진 느낌이다.

나는 좀 인간의 '격'을 따지는 사람인가 보다.

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니, '존버'를 실행할 마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