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것이 많아 즐겁다면
김家네 김밥 간판을 읽을 때, 항상 김네 김밥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었다.
중학생의 신분에 ‘집 가’라는 한자를 절대 모르지 않을 테니, 그냥 한자가 있어도 모르는 척할 정도로 꼴 보기 조차 싫었나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한 친구가 그러는대 정말 몰랐다고 한다.
요새 중학생들이 ‘대관절’의 뜻을 ‘큰 관절’인 줄 알듯이 정말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나의 그런 ‘알지 못함’을 수없이 지적해 주었다.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통쾌하게 무식함을 일깨워 준다.
특히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부분이 압권이다. 식민지 지배를 당했던 나라에서 전범국가와 카이사르에 열광하는 것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우아하게 펜을 꾹꾹 눌러 말한다.
사실은 ‘일제 치하에 무자비하게 학살당하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위안부 상황을 보면서도 로마인 이야기를 재밌다고 하는 게 도대체 제정신이니?’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인쇄술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기술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역사를 바꾸는 혁명을 불러 오진 못 한다. 눈앞에 있는 것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세계 최고의 인쇄물이면 뭐 하냐는 거다. 그 한참 이후에 서양에서 인쇄술을 개발했으나, 그들은 면벌부와 종교개혁 등 다양한 방면으로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도구로 잘 사용하였다.
현재는 과거와 많이 다를까?
이 책을 보고 난 답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내 직업과 노후와 아이들의 교육, 미래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본다.
혼돈의 시대이긴 한 것 같다. 제정신으로 살아야지, 잘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