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잘했던가
고1이 끝날 때, 공부 좀 덜 하고자 문과를 선택했다. 그 어린 나이의 한 번의 선택이 그 후 이십여 년의 인생을 결정지을 줄이야.
과탐은 문과생에겐 전혀 필요 없지만, 수능마저 다 맞은 아까운 과학탐구 점수. 다음생이 있다면 꼭 이과생이 되어 천문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 잘 못 하더라도 해보고 포기해야지.
이제 중년이 되어 내 맘대로 책 볼 시간이 많다. 코스모스, 종의 기원을 다시 읽으며 ‘깨달음’이 올 적마다 초콜릿 덩어리를 아자작 씹는 쾌감과 전율이 전해진다.
마흔 즈음부터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반대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다고 심리상담가가 그랬다. 그래야 인생의 스펙트럼이 넓어진다고. 그것은 시야가 넓어지고, 이해력이 높아지고, 포용력도 넓어진다는 뜻이겠지.
뼛속까지 문과생인, 정말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는(정치성향과는 무관하게) 유시민 작가는 엔트로피 법칙을 ‘원더풀 사이언스’를 참고해 실었다. 글 잘 쓰는 유시민 작가도 30년의 인문학 공부만 한 것이 아쉬웠다고 한다. 진작에 과학공부도 시작할걸 하면서.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안 되는 것이 있다.
엔트로피 법칙. 가설이 아니다. 법칙이다. 어떤 이견도 존재할 수 없는.
안 되는 일은 걱정하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 게다가 불행도 피할 수 있다는 뜻.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분명 있기 때문에 불행의 길에 들어설 필요가 없다는 말.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하지 않은 일이 있다. 엔트로피 법칙.
법칙을 잘못 이해하고 수포자가 되는 사람들이 없기를.
흙이 우연히 달라붙어 컵이 될 순 없고, 큰 자루에 부품을 넣고 흔든다고 절대 차가 되진 않는다.
엔트로피 법칙이다. 세상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우주의 한 티끌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운 것처럼 이 또한 받아들이기 참 어려운 법칙이다.
그런데 모든 문과생도 다 이해해야만 하는 자명한 사실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고,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우주 안에 티끌 하나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