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ize the day
매 순간 즐겁게 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애쓰고 애써서 습관을 들여도 어느 순간 고민과 걱정에 둘러 쌓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누야마 집안의 가훈은 ‘전전긍긍하지 말고 마음껏 즐겁게 살자’이다.
이 집안의 세 자매는 제 각기 다른 유형의 가치관과 연애관을 가지고 산다.
유일한 기혼자인 맏언니 아사코는 남편 얘기에 갑작스러운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은 남편이 부재중일 때만 드는 기분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떨어져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면서.
남편에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울지 않는 아사코다.
운다는 것은 그녀에게는 너무 우아하고 사치스러운 행위이니까.
그녀는 걱정이 되어 자신을 찾아온 두 여동생에게 조차 아무 말하지 못하고, 남편을 빌어 ‘돌려보내’라고 한다.
그녀는 소설 끝까지 이 결혼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감수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보인다.
내가 생각하는 상식과는 통하지 않지만, 그녀의 복잡한 마음과 생각을 읽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그 상황은 충분히 이해된다.
결혼과 이혼을 한다는 것은 남녀 관계에서 가장 최상위 단계까지 함께 올라간 것이니까.
그 이상은 없으니까.
하루코는 그것이 두려워 아예 그 길을 가지 않는 것이고,
어린 이쿠코는 그것을 원하는 동시에 깨뜨리는 행위자가 된 것이고,
맏언니 아사코는 최상위 단계 어디쯤에선가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유명한 미드 ‘sex and the city’에서 주인공 캐리가 이런 대사를 한 적이 있다.
이 나이쯤 되면, 내가 정말 안정적으로 살고 있을 줄 알았어.
백년해로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닌 것.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사코를 지켜 주고 싶지만, 그 둘 사이의 남녀관계의 사랑, 행복, 기쁨, 슬픔, 믿음 등 이 수많은 감정들은 누구도 상상할 수가 없다.
개입할 수가 없다.
책을 덮을 때까지도 선택은 오롯이 아사코의 몫으로 남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