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이렇게 어려운 책이 베스트셀러라니 놀라웠는데, 쇼펜하우어에 대한 소개글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니 이것은 다시 읽는 책이 아니고 처음 보는 책이다. 특별히 ‘마흔’이 강조됐다. 한국의 많은 사십 대가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
덕분에 이해력 낮은 나 같은 독자도 한 번쯤 쇼펜하우어를 만나볼 수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아주 가볍고 설득력 있는 자기 개발서로 머리가 복잡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25 챕터에 행복한 순간은 너무나 짧다는 제목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행복은 아주 짧게 느껴지고 고통은 무한히 긴 것 같다고, 80년 일생이라 치면 웃는 시간은 고작 한 달이라고. 쇼펜하우어가 말했다.
그럼, 그럼. 근심과 고통은 어서 잊고 웃으며 살아야지.
그런데, 슬픔은? 마흔에 슬픔은 어떡하나.
쇼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서 돌아가신 할머니의 손만둣국 맛을 재현하는 장면을 보면서 남편이 말했다.
- 난 막 눈물 나는데. 자긴 안 나?
돌아가신 할머니, 아픈 엄마, 엄마를 위하는 딸의 이야기.
- 어, 난 자기랑 우는 포인트가 달라.(좀 짜증 섞인)
억울한 죽음이나 안타까운 사연에는 나도 눈물이 나지, 펑펑.
하지만 인생의 허무함에 대해서는 눈물을 안 보인다. 그냥 어쩐지 그것에 대해서는 울고 싶지가 않다.
할머니 가셔서 너무 보고 싶고 슬프지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 게 공평한 일인데, 그립다고 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나의 ‘마흔’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아프셨었다는 엄마 출연자가 멋있었다.
만둣국을 먹으면서 표정과 행동에서 많은 생각과 감정이 보였지만, 울지 않았다. 참 멋있었다.
많이 웃고 또 웃으면서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