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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Jan 21. 2024

소비의 사회 by 장 보드리야르

이해의 범주

열 살 정도까지의 어린아이를 키울 때,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은 아이의 생각 그릇을 넓고 크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전두엽이 가장 많이 발달하는 시기가 12세~17세인데, 그보다 어린 나이는 그 토대를 만드는 시간이라는 것.


그릇을 키워놔야 그 안에 많은 것을 넓고 깊게 담을 수 있을 테니까.


이번 책을 고전이라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고전을 접할 때마다 진도를 못 빼면 쓰임 없는 전두엽을 탓하게 된다.


3,500쪽의 분량 정도는 출판해 줬어야지, 350쪽으로 압축해서 보니 이해가 안 돼서 다시 앞으로 넘기고, 또다시 앞으로 넘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밑줄치고 접어둔 부분이 너무 많지만 여기에는 두 가지만 적어둘까 한다.


 미개사회의 특징인 집단 전체로서의 ‘장래를 생각하지 않음’과 ‘낭비성’은 진정한 풍요의 표시다. (중략)
 빈곤은 무엇보다도 인간들 간의 관계이다. (중략)
 미개사회에서 교환의 경우에는 각각의 관계가 사회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비해, 현대의 ‘차별’ 사회에서는 각각의 사회관계가 개인의 결핍감을 증대시킨다.


  사상가는 풍요사회를 이상적인 사회라고 정의하지 않고, 이렇게 ‘이론’으로 만든다.


  앞뒤를 왔다 갔다 하면서 읽을 독자를 그나마 배려한 것은 이것이 ‘사회적 논리’라고 명확하게 짚어주어 고민을 줄여 준 점이다.


  장래를 생각하고 낭비하지 않는 소비를 함으로써 미개하지 않지만, 실제 ‘풍요’는 잃었다.


 물론 낭비로 돌아갈 수도 없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팝아트는 대중예술이 아니다. 왜냐하면 대중문화의 에토스는 바로 애매하지 않은 리얼리즘 및 직선적인 서술, 비유와 장식성, 그리고 도덕적 변화와 결부되어 있는 정서적 합일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여기에는 작품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부끄러운 난처함도 어느 정도 섞여 있다.

 

 ‘부끄러운 난처함’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변기 갖다 놓고 샘이라고 하는 거, 바나나 벽에 붙여 놓고 작품이라고 가격을 매기고 행위예술가가 따먹어서 후일담까지.


미술관을 즐기는 나는 부끄러워서 난처한 감정을 자주 접한다.


- 엄마, 내가 만들어 줄게. 이걸 대체 왜 돈 내고 봐?


- …


 그런 질문 때마다 대답을 못 했었는데, 이 책에서 답을 찾았다.


이것은 내가 선택한 ‘낭비’인 것.


미개한 사회로의 회귀를 위해 나는 낭비를 한다.


예술을 즐기는 소수자이니까.


이 낭비는 나를 풍요로 귀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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