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과 논픽션 사이 그 어디쯤
마음이 편안하면 생각할 겨를 없이 행복하느라고 글쓰기가 잘 안 된다.
나의 주말들이 지나간다.
대부분의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별 탈 없는 주중 일과를 마치고,
더없이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나면 브런치를 열 생각을 못 한다.
에쿠니가오리의 주말들을 들여다본다.
시기가 결혼 직후 2~3년 동안의 에세이라 신혼일기라고 봐도 무방한데, 상대랑 격렬히 싸웠다는 말에는 사랑이 느껴지고 상대가 있기에 느끼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마음 또한 온전히 나에게 전달된다.
남편은 왜 자기 물건을 제자리에 안 두는지, 왜 주말 아침부터 텔레비전을 켜는지, 모처럼 휴일이어도 나가기 귀찮아하고 누워만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래도 그의 등에 꼭 들러붙어서 자는 건 좋다.
안 씻고 침대에 들어오는 건 싫지만, 그녀는 쫓겨나 거실에 누운 그의 등에 달라붙어 한숨 푹 자고 일어난다.
그녀가 지금도 남편과 함께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건, 내가 대학생일 때 전 남자친구와 함께 도서관에서였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고 나서 또 보고,
첫 아이를 낳고 나서 읽고,
둘째 아이를 한참 키우고서 다시 보았고,
결혼에 관한 에세이를 브런치에 쓰고 난 지금 또다시 보았다.
예전에 내가 책표지에 적어 둔 것처럼, 볼수록 새로운 문장들이 다가오는, 기혼자들에게 ‘어린 왕자’ 같은 책,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