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은 소설을 고른다면
때가 앉은 노란 표지가 마음에 든다.
소장한 지 꽤 지났고, 여러 번 빼서 읽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에쿠니가오리의 작품 중에 내가 정말로 소설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첫 번째로 고르고 싶은 책이다.
십 년 전에 읽었을 때도, 지금 다시 보아도, 나는 그 작은 새가 되고 싶다.
주인공의 여자친구보다는 작은 새가 되고 싶다.
내가 보기에는 그 작은 새는 존재만으로도 사랑스럽고 매력이 넘친다.
누군가는 신경질적이고 제멋대로에 예민한 작은 새를 싫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주인공은 작은 새를 아끼고 사랑해 준다.
그 작은 새가 윗집 아저씨의 어깨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을 때 묘한 질투심을 느끼던 주인공은, 작은 새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해줄 것 같은 그런 사람이다.
믿음직스럽고 아주 차분하며 안정적인 사람이다.
작은 새는 어느 날 아프다고 말한다.
그러자 주인공 남자는 병원을 가자고 한다.
그랬더니 작은 새는 화가 난 듯 대답한다.
아프다는 건, 어디에도 못 간다는 뜻이라고. 하루종일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거라고.
남자는 작은 새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 하지만, 그대로 인정해 준다.
작은 새는 편안함을 느낀다.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독자인 나 또한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듬직한 누군가가 옆에 없을 때, 작은 새가 아프다며 베드에 눕던 장면을 떠올려 본다.
아프다는 건, 하루종일 누워 있어야 한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