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경기의 즐거움

당신은 참 인간적인 사람

by 코끼리 날개달기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영화 국가대표의 OST를 들을 때마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떠올리며 힘을 냈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지금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출전한다.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꼭 기쁨을 선사하겠노라고 출전 각오를 다진다. 여러 경기들 중에 특히 쇼트트랙 경기가 아주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번 남자 5,000m 계주는 그야말로 '흥'의 총 집합체였다.


- 곽윤기 선수에게 쇼트트랙이란 한마디로 뭘까요.


- 콘텐츠죠.


과연 유튜버다운 재치 넘치는 답변이었다. 이미 금메달을 획득한 황대헌 선수도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계주 종목에 참가한 곽윤기 선수도 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곽윤기 선수를 좋아하고 찾아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의 콘텐츠가 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쇼트트랙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잘하는 종목이긴 해도 사건 사고가 많았다. 최고의 선수들이 국적을 포기하는가 하면, 불미스러운 일로 선수들이 징계를 받아 갑자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심판의 석연치 않은 편파 판정으로 응원하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그저 답답하고 억울할 따름이었다. 선수들의 노력, 기량, 도전을 보는 것이 마냥 즐겁기만 한 무대는 아니었다.


그런데 뜻밖의 재미가 찾아온 것이다. 남자 5,000m 계주 경기에서 곽윤기 선수의 통쾌한 인코스 추월이 시선을 끌었고, 이어진 그의 인터뷰와 그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들이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그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서는 쇼트트랙 선수들의 일상과 에피소드들을 보여주었다. 주로 경기 장면이나 인터뷰에서 만나는 선수들의 모습은 그저 근엄하기만 했는데, 실제 선수들끼리 나누는 대화나 일상의 모습은 그저 갓 고등학교 졸업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일상이 인간적이었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


- 김연아 선수는 연습할 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 아무 생각 안 해요.


올포디움을 달성한 세계 최고의 선수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비장한 각오를 들려줄 것 같았다. 꾸미지 않은 대답이 돌아왔을 때, 오히려 국민들은 그녀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 잘난 척하지 않고 솔직한 데다가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과연 인간적인 모습이다.




스포츠 선수로서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그 목표는 당연히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는 것이다. 메달을 따고서도 메달에 구가하지 못하는 행보로 종국에는 국민들에게 외면받고 어렵게 사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메달을 가져오지 못했더라도 그의 인간적인 됨됨이로 오래도록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선수들이 있다. 경기에서 이기고 메달을 따는 것은 분명 수확이고 대단한 성취이지만, 성적이 좋아야지만 인생이 즐거운 것은 아닌가 보다. 올림픽을 보면서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본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고 내 삶의 목표를 위해 지켜야 하는 것들도 많지만, '인간적인 모습'을 잃지 말고 살자.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수식어 정도는 이름 석자 앞에 붙어줘야 하지 않을까?



분홍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여유롭게 인코스를 파고들어 추월하던 곽윤기 선수의 모습,

어떤 판정도 나올 거리가 없도록 아예 누구와도 닿지 않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준 황대헌 선수의 모습,

반칙이라는 말조차 지겨운 중국 선수들에게 계속 방해를 받으면서도 더 먼 아웃코스로 추월하며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최민정 선수의 모습,


동계올림픽, 아직 즐길 경기들이 더 남아있어서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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