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니빵 포켓몬 띠부띠부씰

추억이 닿는 곳

by 코끼리 날개달기

아이들이 집에서 주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내가 어릴 때는 없던 것들이 많다. 뽀로로, 카봇, 또봇, 닌자고 등 새로 생겨난 캐릭터들이다. 그중 포켓몬스터만이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장난감 소재다. 아이들은 손바닥만 한 포켓몬 카드를 사 모으고 그것으로 보드게임을 한다. 카드에 적힌 깨알 같은 글씨를 보고 공격력과 공격 기술들을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면 이길 수 있는 놀이이다. 초고도근시에 승부욕 없는 나로선 이 카드를 파악하고 HP를 먼저 상쇄시키는 게 도무지 무슨 재미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좋다니 종종 게임판을 벌여 본다.




'포켓몬스터'가 정식 명칭이지만, 극동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포키몬'이라고 부른다. 일본어로는 포켓몬스터를 줄여서 '포케몬'이기 때문에 알파벳 표기로 'Pokemon'이 되다 보니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우리말로는 '포켓몬'이든 '포케몬'이든 같은 3글자이기에 '포켓몬'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포켓몬에 빠진 것은 바야흐로 1999년, 학교 매점에서 팔던 샤니빵 때문이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쏜살같이 매점으로 달려가 샤니빵을 샀다. 늦으면 앞에 먼저 선 친구에게 부탁해서라도 꼭 한 개는 손에 쥐었다. 그 빵을 사야 하는 이유는 오로지 '포켓몬 띠부띠부씰'을 얻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포켓몬 스티커라고 했던 것 같은데 검색 사이트에서 찾다 보니 이름이 그렇다. 어쨌거나 빵 봉지를 뜯으면 나오는 귀여운 포켓몬 캐릭터들을 만나면 얼른 하얀 장지갑 겉면에 보란 듯이 탁 붙였다. 얼마 동안 열심히 모은 덕에 하얀 장지갑이 온통 갖가지 포켓몬 스티커로 가득했다. 하도 많이 먹다 보니 같은 캐릭터의 스티커가 나오면 친구에게 나눠주거나 서로 교환하기도 했다. 그렇게 빈틈없이 채워진 지갑을 볼 때마다 흡족했다.



요즘 아이들은 빵에 든 스티커 대신, 카드가 몇 장씩 들어있는 포켓몬 팩을 산다. 뜯으면 바로 몇 장의 카드가 들어 있어 어떤 캐릭터와 공격력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 카드들을 모아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과 맞교환하기도 한다. 갑자기 그 옛날의 샤니빵 포켓몬 띠부띠부씰이 생각나서 검색한 내용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아이들은 마치 박물관에서 고대 유물 쳐다보듯이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요즘 포켓몬과 차이점을 찾기 시작했다. 1세대 포켓몬들은 하나같이 파스텔톤에 귀여움을 뽐냈다. 지금 봐도 그 귀여움은 변함이 없다. 현재 가장 최신인 8세대 포켓몬은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나 그만큼 더 매력적이다. 9세대 출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아직도 포켓몬의 인기는 식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떤 식으로 진화했건 간에 30년의 세월을 아우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 대단하다.


만약 내가 샤니빵을 몰랐다면 어땠을까.

내 지갑이 하얀 장지갑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내 눈에 포켓몬이 그토록 귀엽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추억이 될 거라고 계산하고 한 행동이 아니었다. 지금 떠올려도 하얀 장지갑이 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고 마음도 그때처럼 뿌듯하다. 아이들과 포켓몬 카드에 적힌 빼곡한 글씨를 읽을 때마다 내 눈에는 스티커에 있던 포켓몬 1세대의 캐릭터들이 겹쳐진다. 아이들이 신나 하는 만큼 내가 이 카드게임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언제든 아이들이 원하면 카드를 집어 든다. '기어코' 엄마인 나는 추억을 예상할 있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와 함께 카드놀이가 20년 아이들이 기억할 만한 소중한 추억이기를 바란다. 이런 소소한 추억들을 발견할 때마다 힘이 되기를, 행복으로 삼기를. 그러고 보면 아이들은 내가 해 주는 별 것 아닌 이야기도 참 좋아한다. 꼭 도깨비나 호랑이가 나오는 교훈 담은 옛날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학창 시절에 매점으로 달려가 빵을 사 먹으면 거기에 포켓몬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는 이런 이야기도 '또 해 줘.' 하며 앙코르 요청이 들어온다. 역시 사랑을 주고 있다고 생각할 때마다 결국 더 많이 사랑을 받고 있는 쪽은 나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해 주신 옛날이야기를 떠올리면 할머니의 스웨터 냄새까지 생생하듯, 아이들이 자라서 나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나를 이렇게 사랑한 엄마가 있었지.'하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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