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하는 사이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여운

by 코끼리 날개달기

- 니가 어디에 있든 내 응원이 너한테 닿게 할게.


극 중 나희도의 명대사다. 그렇게 힘이 되던 말이 이제는 가슴 아픈 이별의 증표로 남았다. 아련하게 서로를 바라보던 배우들의 눈빛은 실제보다도 더 실제처럼 느껴졌다. '청춘'이던 그 시절, 우리는 서로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드라마에서만큼은 대리만족 삼아 주인공들이 결혼식을 올리는 꽉 닫힌 해피엔딩을 보고 싶었는데, 현실감 충만한 이번 드라마는 끝내 첫사랑을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 놓았다. 어떻게 저렇게 사랑하면서 헤어질 수 있냐고 욕하는 시청자들도 있고, 드라마니까 억지로라도 연결시켜 달라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질수록 작가와 연출자는 고민이 깊었을 듯하다. 하지만, 이 가슴 아픈, 명치 뒤 폐까지 저릿한 것 같은 이 슬픈 이별이 주는 감정이 또 특별하게 느껴진다. 서로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젊은 날의 수많은 이별 이야기들이 이 드라마의 종영과 함께 세상에 펼쳐졌다. 그때는 모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인연이 아닌 것이 아니라, 인연이 거기까지였던 그런 만남들 말이다.



어렸을 때, 소설가가 꿈이었던 나는 일기장에도 내가 꾸며낸 이야기들을 가끔 적곤 했다. 내가 원하는 것, 상상하는 것, 무엇이든 일기장에 적었다. 요즘도 내 다이어리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몇 장씩 끼적이다가 다시 읽어보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쪽 전체를 죽죽 엑스자로 그어버린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적다 보면 자꾸만 내 경험이 글에 녹아들어 가기 때문이다. 소설보다는 회고록에 가까워진다고 할까. 그렇게 적다 보면 그저 기억에 의지하게 되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재미'란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결말은 마치 그때 한 내 선택에 명분을 심어주고자 억지로 짜 맞추는 듯한 모습이 되고 만다. 고치고 싶었던 과거가 많은 탓일까? 후회가 많은 인생인가? 유명한 기성작가들이 어떻게 소설의 소재를 찾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다. 여러 인터뷰를 읽어 보면, 대부분 자신이나 지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거나 책, 미디어, 다양한 뉴스 등을 통한 조사의 방식을 통해 소재를 찾았다. 나는 그저 '재미'가 있는 글을 쓰려다 보니 막연했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올해 정한 목표는 꾸준히 내 시선을 담은 에세이를 적어보는 것이었는데, 여기에 하나를 추가하려고 한다. 그동안 쓰고 싶었던 나만의 이야기를 연재하는 것이다.



요즘 마음이 편안하고 몸 구석구석 어디 하나 아픈 데도 거의 없다. 잠도 예전에 비하면 아주 잘 자는 편이다. 이런 평범한 일상이 감사하면서도, 이것은 모두 내가 지금껏 고생하며 착하게 산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예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보면서, 어쩌면 지금 누리는 내 삶은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한 결과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나를 응원하는 마음들이 여기저기 닿아서 내가 누리는 인생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응원하는 그 마음을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 멀리서도 나를 응원해 주고 있는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내 글을 시작하려고 한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막상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할 때, 지나친 힘을 주게 되지 않을까 조금 염려가 된다. 내 방식대로 계획을 세워보자. 그들의 응원이 와서 닿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