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영원히 두고 갈 것-1편

비교하기

by 코끼리 날개달기

3년 넘는 시간 동안 도대체 난 한 게 뭘까.

필리핀에 오기 전에는 영어도 더 배우고 싶었고, 공부도 더 하고 싶었고.


3년 동안 뭘 했나 죽 적어보았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았지만,


북클럽에 참여하고,

좋은 친구들도 만들고,

골프 치고, 머리 안 담그고 수영할 줄도 알고,

스쿠버 다이빙도 하고, 아이들하고 시간도 많이 보내고,

글도 쓰기 시작하고, 드라마도 많이 보고, 영화도, 책도.

남편이랑 사이도 훨씬 좋아지고,

피아노 치고 그림 그리고 화분도 키우고.

갈비찜 La 갈비 시금치나물 숙주나물 소고기 뭇국 육전 연어스테이크 김밥, 후, 아무튼 밥도 많이 하고.



적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인다.

불안했다.

적어 놓고 나니 덜 불안하다.

그래도 뭘 하긴 했어. 많이 했어. 안심해.

코로나 안 걸리고 건강하게 잘 지낸 것만으로도 됐잖아.


떠날 때가 돼서 그런가. 그냥 무엇인가 잃어버리는 기분.

잃는 기분.

상당한 상실감.



인생에서 가장 쫓아내고 싶은 것 3가지를 꼽으라면, 단연 1순위는 ‘비교하기’.

나 자신을 누구와 비교하기, 내 아이를 옆집 아이와 비교하기,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기.


왜 이리 마음이 조급할까.

그때보다 살이 쪘으면 어떻고, 더 나이를 먹고 늙었으면 어떻고, 기억력이 나빠지고, 게을러졌으면 어때.


그게 뭐 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