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편한 게 최고지
마음 편히 산다. 걱정이 없다. 누구도 나를 괴롭히지 않는 곳에서 유유자적.
실눈 뜨고 그윽하게 바다를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하다.
눈이 부셔 자연스레 눈이 그윽해진다.
바닷바람이 콧구멍을 후빈다.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고,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한다.
머리카락 한 올 한 올부터
발가락 끝 마디마디까지 자유롭다.
딱딱한 얼음이었던 내가,
이제는 녹고 녹아 공중으로 휘휘 날아다니는 수증기가 되었다.
이 세상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태양.
눈앞에 작렬한다.
슬슬 배가 고프다. 새벽녘에 잡아 둔 물고기를 맛있게 구워서 먹어야지. 생긴 건 옥돔처럼 생겼는데 맛은 어떨까. 민어 맛? 홍어 맛? 병어 맛? 갈치 맛? 참치 아니면 우럭?
그 맛을 너무 기대하고 상상하면 혹시 실망할까 싶어 생선을 숙성시키는 동안 뭍에서 과일을 따러 다니곤 했다. 그런데 그건 모두 헛일이다. 일단 배가 고프기만 하면 모든 생선이 맛이 좋다. 시고 단 과일을 먹으면 괜히 입맛만 더 돋운다. 여기에는 더 이상 미슐랭 스타 맛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피타이저 대신 '배고픔'을 장착해야, 먹는 즐거움이 주어진다.
역시 적당히 탄 생선구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즐기는 것이 옳은 태도.
아름다운 바다. 조용한 파도소리. 생선이 익어 가는 맛있는 냄새.
모든 것이 완벽한 것 같은 지금.
갑자기 팔, 다리, 등, 발바닥까지 여기저기 벌겋게 부풀며 가려워 온다. 따갑고 아프다. 햇빛을 너무 오래 본 탓인가. 어두워지면서 벌레까지 잔뜩 물렸다. 퉁퉁 붓는다. 열도 나는 것 같다.
바다에서 배 하나에 의지해서 사는 것은 나에게 겨우 하루짜리 즐거움이었다.
이튿날부터 후회가..
더 가지고 싶고, 더 편하고 싶었다. 포근한 침대와 매끈한 커피잔이 그립다.
마음이 좀 힘들어도 되니까, 깨끗하고 편리한 도시에서 살고 싶다.
"요트 탄 부자가 낫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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