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오오오급
역시 와인을 잘 모르는 나는 깊은 탄닌과 진한 과일향만 있으면 그저 고급인 줄 안다.
입맛이 까다롭지 않아서 참 고맙다.
하얀색 요트, 기깔난다.
요트가 회색이나 검정이라면 지금 내 기분이 이렇지 않을 것이다.
요트는 '하이얘'야 맛이다.
반도 아닌 만,
어느 적당한 곳에 요트를 대고 선상으로 올라와 고급 와인으로 목을 축인다.
기가 막히다. 인생 성공했다. 성공했어.
앗. 마음이 기민하다!
고급 음식이 식기 전,
고급 와인이 동나기 전,
어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사방팔방에서 다양한 포즈와 각도로 이만하면 됐다 싶은 만큼보다 딱 몇 장만 더 셀카를 남긴다.
아무리 고급 요트 주인이어도 요트를 탈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요트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프라이빗'한 것뿐이기에 굳이 여기까지 와서 탈 이유가 없다. 부자들은 바쁘다.
가진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동시에 가진 것을 더 불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니 가진 것이 많을수록, 많아질수록 더더더 바쁘다.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가방 하나를 들더라도 신발 하나를 신더라도 그 멋에 고급이 묻어나야 한다.
요트 청소하는 아주머니에게 남은 음식과 팁을 좀 남겼다. 내 요트 스크래치 없이 잘 봐달라고.
그녀는 뜻밖의 행운을 만난 것처럼 어깨춤을 춰가며 기뻐한다. 저게 저리 좋을 일인가.
아.
왜 내 백스물한 장의 셀카에는 저런 웃음이 없나.
고급 고급 고급이 넘치는데, '흔한 웃음'이 빠졌다.
실소조차도 터지지 않는다.
현타 왔다.
나도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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