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의 재정의

공주 알밤은 참 맛있다.

by 코끼리 날개달기

- 요즘 젊은 애들은 자기만 생각해.


누군가 젊은 사람들을 싸잡아서 말한다.


- 나이 많은 게 자랑인가.


또 다른 누군가는 노인들을 공경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이럴 때는 예민한 귀가 성가시다. 신경이 곤두선다. 사람에 따라 다른 건데, 단정 지어서 이분법적으로 말하는 게 듣기 거북하다. 젊은 사람 아니면 노인, 여자 아니면 남자라는 식의 편 가르기가 불편하다.



- 그 사람 행동이 좀 아쉽긴 했어. 생각해보면 말이지. 옛날에는 뭐든 어른들한테 배웠잖아. 그런데 요샌 자기들이 알아서 다 하니까, 더 이상 어른들한테 물어볼 필요가 없는 거야. 그렇지? 허허허.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볼 때, 너나 나나 모두 평등한 관계인 거지. 허허허. 어른이라고 뭐. 허허허.



명언 제조기 시고모부께서 오늘도 깊은 인상을 남겨 주신다. 그분이 안계셨으면 이번 가족모임에서 또 ‘젊은 사람들’ 싸잡아 몰매 맞을 뻔했다.



그렇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선생님 말씀을 잘 따르라고 배운 사람들은 어린 사람이 말만 해도 말대꾸한다고 듣기 싫을 수 있다. 나 때는 안 그랬으니까.

반대로 어려서부터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 사람은 상대방의 나이와 상관없이 그들의 의견을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다.


기분이 나빴을 법한 상황을 이야기하면서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시고모부 참 존경스럽다. 나도 저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 어려 보인다고 막 반말하고 그러면 안돼. 초면에 반말하면 실례지. 그러면서 어른 대접받으려고 하는 거야?



텃밭에서 정성스럽게 기른 채소들을 아낌없이 나눠 주신 시고모도 한 말씀 거드신다. 역시 부부는 일심동체. 시고모께서 한 알 한 알 열심히 깎아 만드셨다는 공주알밤 반찬이 더욱 입맛을 돋운다.



그 사람의 말에서 인격이 묻어난다.

오늘은 손맛에서도 그 어떤 혼(魂)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