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대기업 소속

목소리가 사라지다

by 코끼리 날개달기

- 이번에 삼성 들어갔다며? 취직 힘들다던대 대단하다. 엄마 아빠 좋아하시겠다.



글로벌 대기업 삼성에 취직했다. 학교 졸업하고 인턴 생활하면서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와 나도 참 기쁘다.



아직 취업 못 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 동기들 보면, 나는 취업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번에 삼성에서 떨어졌으면 아직도 인턴 자리나 알아보고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 삼성 가니까 좋냐? 어때?



삼성 자랑을 늘어놔 본다. 일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통장 두둑하게 월급도 받았고, 디지털 업무를 이유로 신상 태블릿도 지급받았다.



내 돈 주고 명품도 사 입고 5성급 호텔도 쿨하게 결제했다. 내 자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분이랄까. 이건 좋다는 말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학창 시절에는 기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때는 신문•잡지•전자 미디어 가리지 않고, 보고 읽고 전투적으로 토론하고는 했었다.



촛불시위도 가고 일인시위도 하고 부당한 일에는 목에 핏대 세우며 틀렸다고 소리쳤다.



분명한 내 목소리가 있었다.



직장에서는 지랄 맞은 상사가 미친놈 짓을 하고 괴롭혀도, 누가 봐도 정당하지 못한 업무처리를 지시받고도 말을 할 수가 없다.



내 목소리는 자물쇠로 잠겼다.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우주 안에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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