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밟아라
사진이 좋아서 사진을 시작했는데, 우연히 대학시절 데모 현장을 가게 되면서 기자의 꿈을 키웠다.
억울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한다는 것이 참 보람찼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은 평생 내 일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누구나 아는 유명 언론사 명판과 함께 하얀 명함에 선명히 찍힌 내 이름 세 글자를 보고서 이제 내 인생은 대단히 피었다고 생각했다.
- 제정신이면 이런 걸 물어?
- 아침부터 재수 없게!
- xx 경찰 부르기 전에 꺼져!
월급 받는 기자 생활은 생각했던 것과 괴리가 있다.
욕먹는 것으로 하루 일과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취재를 가도, 데스크에서도, 일상이 그렇다.
취재원에게 최선을 다하면 취재원이 기겁을 하고 도망간다. 나를 만나기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내가 싫은 거다. 기자라는 사람을 싫어한다. 나는 기자다.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내 입지는 줄어든다.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운 매체들이 늘어나더라.
회사 이름만 믿고 십수 년 전 선택한 이 길은 과연 옳은 길이었나 싶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은 일기장에 대고 끄적일 때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들이 원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짜낸다.
내 목소리를 잃은 지 오래다.
가볍고 가벼운 내 이름이 보인다.
취재기자 000
언론인이 되었을 때 두근대던 심장은 더 이상 내 안에 없다.
크리에이터로 전향하는 것이 기회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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