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푸닥거리

부부싸움을 하는 이유

by 코끼리 날개달기

외동딸의 똥고집과 종손의 권위의식이 정면으로 부딪히면 그날은 이 집안에 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 언니, 밖에 다 들려요..



같은 층 이웃이 메시지를 보내온다. 필리핀 아파트촌은 방음도 없고 비밀도 없다.



남편이 소리 지르는 게 하루 이틀 일인가 싶지만 싸우고 난 후에는 후회막급이다.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은 어릴 때나 믿던 말.



결혼하고서, 크게 배운 점은 소리 지르며 싸우는 것.



친구랑도 엄마랑도 말을 안 했으면 안 했지, 싸워본 적은 없는데 결혼 후에는 목이 쉬도록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면서 싸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한 푸닥거리라도 하는 듯, 결혼 후 일 년에 한 번은 세상 다 와서 보란 듯이 싸웠다.



올해도 그 푸닥거리를 어김없이 치렀다.



이번에도 진짜 마지막이라는 기분으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외동딸은 울고불고 종손은 불같이 화가 났다.



지겹도록 반복되는 이 패턴.



다만 두 사람은, 싸움의 기술이 늘었다.



외동딸은 종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종손은 외동딸의 말을 존중한다.



득달같이 달려들던 외동딸도,

자신의 말이 법이라 생각하던 종손도,

더 이상 없다.



누군가는 말을 하는 데에,

누군가는 생각을 하는 데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푸닥거리’라고 부르기로 했다.



올해 푸닥거리는 미리 잘 치렀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가지로 한 해가 가는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