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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에는 이 사랑 어디에다 놓아줄까

0967

by 이숲오 eSOOPo



풀어지게


허공에다 놓아줄까


번지게


물속에다 놓아줄까


-이병률 <붉고 찬란한 당신을>




立春


때마침 새달 첫 월요일에 을사년 첫날이라 시작의 느낌이 더 각별하다


입춘은 봄에 들어서는入 날이 아닌 세우는立 날


봄은 수동적 공간이 아닌 능동적 대상인 셈이다


그래서 봄은 기다리는 자보다 준비하고 맞이하는 자에게 먼저 도착한다


입춘에는 봄의 날씨에 앞서 봄의 마음이 먼저 온다


어찌 입춘만 그러하랴


증후는 이미 진전된 선언이다


신정에 이어 설날을 지나 입춘에 거쳐 시작점을 누누히 마련해 둔 것은 개인의 리듬을 존중해준 조상의 배려같다 언제라도 시작을 세워보라는


시작은 시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낡고 정체된 것을 새롭게 돌아보는 데 그 의미가 녹아 있어서


시작 앞에 설 때마다 우리는 분주하고 복잡해진다


외면해도 무방하지만
의식하면 풍성해진다


내게 귀하고 아름다운 존재를 줄곧 어디로 모시고 무엇을 대접할까에 비견되는 다시없을 기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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