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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內通하더니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었구나
나 이제 어디서 널 그리워하지
-김형영 <수평선 1>
바야흐로 겨울과 봄이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
그야말로 격렬한 순간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겨우내 따스했던 기질도 경계에서는 날을 세운다
이곳을 멀리서 보면 그윽하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다음주 초까지 치열할 것이라는 예보가 긴장시킨다
늘 기대가 무서운 것이다 곧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
기대에 기대지만 않아도 우리는 더 자유로울 게다
정확하게 사랑할 수 없음도
올바르게 다가갈 수 없음도
잔인하게 돌아설 수 없음도
기대가 가진 부실한 덩치 때문이다
인간이 경계에 설 때마다 하는 못된 습성이 기대다
어김없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적는다
세상에 없던 기대를 창조해 기대해 보기로 하지만
늘 기대는 새롭고도 낡아서 펜만 다르고 글은 같다
기왕에 거는 기대라면 무너져도 아름다운 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