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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기대와 입 맞출 거면서

0969

by 이숲오 eSOOPo


하늘과 바다가 內通하더니

넘을 수 없는 선을 그었구나


나 이제 어디서 널 그리워하지


-김형영 <수평선 1>




바야흐로 겨울과 봄이 만나는 지점에 서 있다


그야말로 격렬한 순간이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겨우내 따스했던 기질도 경계에서는 날을 세운다


이곳을 멀리서 보면 그윽하고 낭만적으로 보인다


다음주 초까지 치열할 것이라는 예보가 긴장시킨다


늘 기대가 무서운 것이다 곧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


기대에 기대지만 않아도 우리는 더 자유로울 게다


정확하게 사랑할 수 없음도

올바르게 다가갈 수 없음도

잔인하게 돌아설 수 없음도


기대가 가진 부실한 덩치 때문이다


인간이 경계에 설 때마다 하는 못된 습성이 기대다


어김없이 바지 뒷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적는다


세상에 없던 기대를 창조해 기대해 보기로 하지만


늘 기대는 새롭고도 낡아서 펜만 다르고 글은 같다


기왕에 거는 기대라면 무너져도 아름다운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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