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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인 바람 佛이 새벽잠 깨워
제 예불에 참예하게 한다면
겨우 잠재운 그리움도 함께 흩어 써늘해오는
낙엽 經 한 잎 한 잎 듣게 하자
이 輾轉反側에는
밤새워 달려가는 짐승 한 마리 사로잡아
그대에게 잠의 약으로나 바쳐야 하리니
아무리 무릅써도 참견할 수 없는 건
저 불법의 바람 耕作뿐!
-김명인 <바람 耕作>
모든 것이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면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리고 묵은 책을 꺼내 오랜 활자를 읽고
시간이 일상에 흩날려 손가락 사이로 허무해지면 영겁의 시간을 겪어낸 우주의 처지를 더듬어본다
마침내, 바람이구나
다시 조립할 수도 없고
다시 재현할 수도 없는
지나간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뒷장을 읽으며 뒤늦게 앞장을 이해하는 독서일지도 모른다
박수를 치고 손을 흔든다
그 사이로 한줄기 바람이 인다
소리보다 풍경보다 뺨에 스치는 바람이 사실 같다
어서 바람이 속삭이는 말을 가방에 꾹꾹 담아야지
바람 가득한 바람에 내 바람은 바람에 그치지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