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이유만큼 못 쓸 이유도 찾지 못했던
날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매일 커다란 집을 짓는 일과 같았다.
각 공간이 가지는 기능과 특징에 맞게
구조를 구상하고 살만한지를 살폈다.
#37 내일부터 더 잘 쓸게요
100일간 185명의 구독자와 185명의 관심작가가 생겼다
6338명이 글을 읽어주거나 클릭만 하거나 지나쳐 갔다.
무려 하루에 183명이 내 글에 관심을 보여준 날도 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아무도 궁금하지 않으나
나는 발행하며 답을 한다
"내일은 더 재밌게 쓸게요"
그러나 재미는 무슨 재미
오늘도 무사히 발행했구나
그것만으로도 안도의 한숨
#52 아무튼 써야지 작가
소설은 처음인지라 거짓말을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인물을 내맘대로 살렸다 죽였다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소년과 노인이 만난 후 다시 만나게 하는데 쉽지 않았다.
늘 소년과 노인은 서로 충분히 그리워해야 만날 수 있었다.
고작 백일의 짧은 글쓰기 기간이었지만
계절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나라님이 바뀌었고
팬데믹이 사라졌다
이미 한 권의 책을 낸 출간작가지만
누군가 작가라고 부르면 민망했었다.
그것이 날마다의 책쓰기를 시작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과거에 책을 낸 자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자다.
#99 못 쓸 이유가 모두 쓸 이유였네
3일을 쓰고 나니 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7일을 쓰고 나니 오미클론으로 격리당한다.
보름을 쓰고 나니 집전체 누수로 공사를 시작한다.
한 달을 쓰고 나니 평소 연락도 없던 강의 요청에 밤낮이 없다.
50일을 쓰고 나니 논문 초안을 잡아야 한다.
75일을 쓰고 나니 비대면이 풀려 술 약속이 줄을 잇는다
99일을 쓰고 나니 하루만 쉴까 유혹이 밀려온다.
날마다가 크고 작은, 글을 쓰지 못할 이유들의 연속이지만
돌아보니 그것이 글쓰기를 추동하는 충분한 이유였다는 것
#덧말 :: 안 쓰면 편할 줄 알았지?
벌써 세 번째 책을 구상하고 있다.
그 이야기는 바로 내일부터~
친애하는 구독자님들이시여!
모두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