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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16. 2022

0. 언어의 냄새

당신의 언어들은 안녕하세요?

I    당신의 언어들은 안녕하세요


자, 여기 앞에 당신이 뱉어 놓은 혹은 주워 들은 말들이 접시 위에 놓여 있다.

코에 가까이 대고 맡아보시라.

어떤 냄새가 나는가?


앞으로 이어지는 연속의 글들은 언어의 감수성에 관한 이야기다.

각각의 독립적이고 파편적인 글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언어생활을 담고 있다.




II    왜 냄새인가


언어에서 향기가 나기도 한다. 그것은 문학에서 혹은 잘 쓰여진 글들과 잘 살아온 사람들을 통해서일 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언어는 향기를 잃어 본연의 온전한 상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기억을 가물가물하게 한다. 냄새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향기와 달리 냄새라는 말속에는 미美와 추醜가 모두 담겨 있다. 그간의 언어가 담당하는 감각기관이 청각이었다면 이를 후각으로 잠시 위임해보자. 후각은 우리의 오감 중에서 가장 잘 지친다. 금세 처음의 상태를 놓쳐버린다. 우리는 후각을 통해 기억으로 저장하고 복원하려는 본성이 있다. 가장 예민한 감각으로 이제는 소리를 맡아보려 한다.    




III    더 이상 무뎌지지 않기 위하여


요즈음 우리들은 경제 행위를 하듯이 언어 행위를 하고 있다. 마치 카드결제를 할 때와 비슷해 보인다. 예전에 현금으로 물건을 살 때에는 상품의 가치에 맞추어 지폐와 동전을 준비해 지불하곤 했다. 버스비가 500원이면 동전을 쥐고 있다가 요금함에 넣었고 참고서가 3000원이면 1000원짜리 지폐 3장이나 5000원짜리를 내고 거스름돈을 받았었다. 요즘에는 카드가 일반적이다 보니 소액의 껌을 살 때에도 거액의 자동차를 살 때에도 공중전화 카드만 한 크기의 플라스틱 물체를 내밀면 거래가 완성된다. 거스름돈은 일상에서 사라졌고 지불하는 돈에 대한 크고 작음에 대한 감각도 다소 무뎌진 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언어생활도 이와 닮아가고 있다. 껌 한 통을 사면서도 오 만원 지폐를 내밀고 자동차를 사면서도 오 만원 지폐를 내민다. 적절한 거래행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거스름돈을 받아 가지도 않고 부족한 금액을 충분히 지불하지도 않는다. 언어는 상대적이고 민감하다. 화자 중심이 아닌 청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바른 언어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 언어행위는 카드만 불쑥 내밀면 끝나는 단순한 결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IV    이곳 언어의 냄새 물씬 풍기는 숲으로 오세요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표현들과 유행하는 언어들, 우리가 쓰는 단어와 말속에 숨긴 의도와 상상들을 이야기할 것이다. 이미 어디선가 다룬 이야기들은 최대한 배제한다. 예를 들어, 사물 존칭이나 무엇 무엇 같아요의 부적절한 남용 등은 혹시라도 다룬다면 다른 시선과 각도에서 신선하게 언급할 것이다. 진부함이 언어의 감수성 향상에 독이 되기 때문이다. 그대는 그동안 언어에 대해 닫아둔 후각들을 새롭게 열어 언어에도 냄새가 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별 것 아닌 말 한마디에 묘하게 기분이 좋았거나 마음 상한 적이 있었다면 그대는 언어의 개코가 될 충분한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대들의 무한한 동행에 두 팔 벌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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