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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우리를 살린다
오빠......
저는요 저는요 잘 알았어요
왜- 그날 오빠가 우리 두 동생을 떠나 그리로 들어가신 그날 밤에
연거푸 말은 궐련을 세 개씩이나 피우시고 계셨는지
저는요 잘 알았어요 오빠
-임화 <우리 오빠와 화로> 중에서
하루를 살게 하는 건
시구 하나
문장 하나
노래 한 소절
너의 말 한마디
전부 언어가 그 자리에 있었으니
아침 일찍 일어나 마땅히 해야 하는 건
내 혀를 닦고 치아를 문지르고 입술을 단정하게 살피고 첫 발화의 순수를 점검해야 할 일이다
목젖에서 불순물이 몸 밖으로 기어 나오지 못하게 맑은 언어로 틀어막는다
밤새 내 몸을 흐르던 혈액 같은 언어들
의지와 무관하게 진동하던 심장 속 말
거저 나온 말은 애초부터 없다
나만 집어삼키는 언어는 없어서 타인에게 건네는 말과 나누어 지닐 말을 생각하자니 늘 위태롭고 누추하다
내 안에 언어의 정화기 필터를 수시로 갈아 끼운다
그것은 침묵이 가장 강력하고 그다음이 경청이다
언어를 정화하기 위해 언어를 재우고 숙성시킨다
잘 말하기 위해 오늘도 갓 잉태된 말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