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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헤매는 것은 하나에서 여럿 사이의 어디쯤

챌린지 60호

by 이숲오 eSOOPo

약속


김 남 조



어수룩하고 때로는 밑져 손해만 보는 성 싶은 이대로

우리는 한 평생 바보처럼 살아버리고 말자.


우리들 그 첫날에

만남에 바치는 고마움을 잊은 적 없이 살자.


철따라 별들이 그 자리를 옮겨 앉아도

매양 우리는 한 자리에 살자.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불을 지피는

자리에 앉아 눈짓을 보내며 웃고 살자.


다른 사람의 행복같은 것,

자존심같은 것

조금도 멍들이지 말고,

우리 둘이만 못난이처럼 살자.




하나를 몰라서 여러 개를 잃어버리네


여러 개를 알아버려서 하나를 놓치네


내가 아는 것은 하나에서 여러 개 사이의 어디쯤


그것은 정확하게 모르는 것도 아니고 적절하게 아는 것도 아니어서


아느냐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하고

모르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갸웃거리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 명확하게 이곳에서 일어나네


그래서 아는 것을 배우고 모르는 것을 가르치나 봐


가르치고 난 후 잘 배웠습니다라고 선생이 말하고

배우고 나서 이제는 좀 아시겠죠라고 학생이 말하고


그것은 교실 밖에서 더 많이 일어나는 이야기


하나를 몰라서 여러 개를 버려야 하네


여러 개를 알았던 탓에 하나가 보이지 않네


내가 헤매는 것은 하나에서 여럿 사이의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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