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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암죄암 기다리고 있는데

챌린지 61호

by 이숲오 eSOOPo

풍랑몽


정 지 용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렵니까.


끝없는 울음 바다를 안으올 때

포도빛 밤이 밀려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렵니까.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렵니까.


물 건너 외딴 섬, 은회색 거인이

바람 사나운 날, 덮쳐오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렵니까.


당신께서 오신다니

당신은 어찌나 오시렵니까.


창밖에는 참새 떼 눈초리 무거웁고

창 안에는 시름겨워 턱을 고일 때,

은고리 같은 새벽달

부끄럼성 스런 낯가림을 벗듯이,

그 모양으로 오시렵니까.


외로운 졸음, 풍랑에 어리울 때

앞 포구에는 궂은비 자욱이 둘리고

행선 배 북이 웁니다, 북이 웁니다.




무엇을 기다리기에 이토록 마음이 공허한 것일까


잡을 수 없는 것들 잡으려 애쓰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들 잡고 있는 것보다 못한 것들


비켜가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거리고 무관한 이야기에 안절부절못하는


기다리는 연습은 기다림을 단련시켜 줄까요


기다린다는 것은 어딘가를 -누군가를- 관통한다는 것인가


시간을 왜곡하고 공간을 찌그러뜨리는 난폭한 고요 속에서


어떻게 기다리기에 저만치 마음이 공포스러운 것일까


놓치고 마는 것들 놓치려 노력할수록 내 손에 쥐어지는 것들 놓치고 있으면서 새는 줄도 놓치는 줄도 모르는


기다리면서 손을 접었다 폈다 해 본다


잼잼 아니 아니 죔죔


나의 기다림은 젖먹이 때부터 길러온 장기


나는 무진장 기다렸는데 다들 재롱이라고 오해하고는 볼을 꼬집고 엉덩이를 꼬집고


우리의 오해는 서로의 기다림을 오독하는 것으로부터 자라나서


기다림이 잘못 읽힐까 봐 더 불안하고 불안 아닌 때를 더불어 기다리고


기다림이 어려운지 기다림이 아닐까 봐 무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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