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읽는 이를 우습게 여기지 않기 위하여

챌린지 62호

by 이숲오 eSOOPo

아침


천 상 병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예전에 어느 문학 계간지에 원고 청탁을 받아 글을 써 보낸 적이 있다


몇 번의 퇴고를 거쳐 원고지에 육필로 전해주었다


편집 주간이라는 이가 쓱 훑어보고는 한다는 말이


이렇게 쉽게 쓰면
독자들이 우습게 봐요


그 당시 피가 끓던 젊음으로 그의 권위적인 면전에


쉬운 문장이
독자를 배려하는 게 아닐까요


처음 글을 적고 현학적이거나 전문 용어들을 일부러 여러 차례 고민하고 고친 글이라 그의 말에 쉽게 동의하기가 힘들었다


오히려 어렵게 자신만 아는 글을 쓰며 힘을 주는 것이 독자를 우습게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생소한 분야를 다룬 글이라 더욱 그러했다


독자에게 우습게 보이지 않도록 수정하게 도와주겠다고 해서 그건 글을 우습게 만드는 것이 될 것이라고 거절하고 반도 마시지 않은 차를 두고 일어났다


세상도 읽기 어려운데 글마저도 어려우면 어떡하지


몇 달 후 내 글이 들어갈 잡지의 그 코너에는 고상하고 난수표같은 글이 우아하게 실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