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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다 두었는가 글 마음을
어디에다 두었는가 글 머리를
누군가는 글감을 글쓸 거리로 생각하고
누군가는 글감을 글쓸 감각으로 여기고
글감을 외부로부터 가져오면 초조하나
글감을 내부로부터 길어오면 초월한다
글감은 글쓰기의 물꼬
물꼬는 내가푸는 매듭
첫 매듭 풀기부터가 글쓰기의 시작
타인이 거들 수 없는 고유한 몸짓
글감은 늘 마음이라는 등잔 밑에 있다
글감은 늘 내면이라는 우물 속에 있다
글감은 시선이다
글감이 막막해서
누군가 정해주면 좋겠어
누군가 정해준 글감은 이유없이 지어올리는 건축물
거창하지 않아도 내가 집어든 글감이 최선이다
절대 비슷해지지 않는 곳으로 가려면 여럿이 모여 정해진 화두에 서로 위로받으며 쓰는 일은 독이다
더 나은 글쓰기는 더 나은 작가에게 받는 충고보다 더 깊이 더더더 깊은 나와의 투쟁에서 생산적이다
애초부터 답이 없는 글쓰기에 기어이 답을 달아야 안도되는 본능의 그 이상도 그 이하는 아니었기에
첫 장을 여는 것도 마지막 문장을 맺는 것도 내가 저지르고 내가 수습해야 성숙한 글쓰기가 아닐까
여전히 모르니까 아름답고 신비로운 게 예술인데
글쓰기를 기술이 아닌 예술로 본다면 방법이나 요령이나 길라잡이나 모임들은 한낱 무지개 같다
마음의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