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차차 우린 그만 포옹을 했네

챌린지 76호

by 이숲오 eSOOPo

당당히 빈손을


신 경 림



버렸던 것을 되찾는 기쁨을 나는 안다.

이십년 전 삼십년 전에 걷던 길을

걷고 또 걷는 것도 그래서이리.

고목나무와 바위틈에 내가 버렸던 것 숨어 있으면

반갑다 주워서 차곡차곡 몸에 지니고,


하지만 나는 저세상 가서 그분 앞에 서면

당당히 빈손을 내보일 테야.

돌아오는 길에 그것들을 다시 차창 밖으로 던져버렸으니까.

찾았던 것들을 다시 버리는 기쁨은 더욱 크니까.




봄은 자꾸 공수표를 날리네


이번엔 진짜니까 믿어 달라고

봄의 윙크는 알면서도 속고 말지


봄의 품은 지난 덧없음 마저도 녹여 버리고


아차차 그만 덥썩 잡아버린 봄의 손길


다른 계절과는 달리 땅으로부터 오는 이야기


절대로 약해지면 안된다는 봄의 용약


그런 사랑은 아냐

그런 사람은 아냐


초라해지고 치욕스러운 걸음으로 호수를 거닐다가


차마 건네지 못한 건 미련의 한숨 혹 한숨의 미련


(쓰다가 걸려온 전화에 날아간 문장은 복원 불가)


침묵은 갈지 않아도 예리한 칼 혹 견고한 지팡이



keyword